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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신과 함께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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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ter B






우울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청춘이 노련한 시점에 하필이면 무기력이 쟁점이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어떻게 해도 개운하지 않은 찌뿌둥한 몸으로 기지개를 한껏 켜고는 분주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숨을 죽여 삼켜낸다.


-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송충이처럼 나아가질 않는다.

나는 삭아버린 생각들을 솎아내다 이내 주저앉는다.

나는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두려움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청춘은 이렇게나 캄캄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깊은숨을 내뱉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긴 산책의 기로에 비로소 서성인다.


고개를 들어 스치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 그래서 그 언어를 아직도 해독하지 못했다고요?


요즘은 날이며 사물이며 관찰하는 일이 드물다.

거리로 사람의 손길이 가는지 아닌지 봄의 언저리에 피어나는 봉오리를 찾아 눈길 주는 것에도 시간을 들인다. 사람이다. 도통 얼굴 한 번 푸는 일 없는 낯선 이들을 향해 별 것 없는 동냥을 구걸한다.

그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그렇다.

나는 이 친숙한 움직임을 만나고는 일순 새어 나오는 웃음을 환대한다.

그 얽히고설킨 걸음을 반가이 응시하다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얼굴을 이내 지푸려 본다.


- 누가 알겠습니까. 걸어 다니는 신종 핵무기가 되었다는 것을요.

- 뒤통수를 때려도 모를 놈이네.

- 어디 인생사가 그런가요.


나는 제 몸보다 무거운 짐을 이고는 깃털만치 가벼운 생각에 매번 짓눌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뭐 하나 고쳐내지 못하고 탓하는 일도 없다.

매번 지면서도 매번 나아지지 않는다.


세상은 이제 숨 좀 쉴만한가.

시원찮은 질문을 하고는 뭐 하나 선명한 것 없는 하늘을 향해 노크를 던진다.


나는 이런 근사한 대안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거리 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자리에 도착했다.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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