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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N Aug 23. 2024

우쿨렐레 기깔나게 잘 치는 할머니가 될 거야

02. 우쿨렐레 기깔나게 잘 치는 할머니가 될 거야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한 아들이 좀 차분해 지길 바라는 마음과 멋들어진 악기 하나쯤은 연주하게 하고 싶은 사심으로 고르고 골라 묵직한 중 저음이 아주 매력적인 첼로 배우기를 권했다. 그 당시 우리 아이들 학교에는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저학년 때 첼로를 잘 배워서 고학년에 오케스트라 부서에 합류하여 다양 한 활동을 하게 하고픈 어설픈 열정맘의 로드맵이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첼로 수업 첫날부 터 우리 아들은 나에게 메롱을 날리며 보기 좋게 하기 싫다고 도망가고 말았고 나의 로드맵은 경로를 이탈하고 말았다. 얼마쯤 있다가 차선책으로 선택해 배우게 된 악기가 우쿨렐레이다. 이번에는 도망가기 방지책으로 나는 아들과 같이 레슨을 받기로 했다.  

나는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예쁜 카페의 사장님이 우쿨렐레 강좌를 운영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발 빠르게 수업을 세팅했다. 그렇게 배우게 된 우쿨렐레는 재미있고 힐링되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완전 프로인 선생님에 비해 나와 아들에게 포커스가 맞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카페사장님은 상상밴드의 베이시스트 쇼기였다. 우리는 선생 님을 쇼기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실력은 늘지 않고 언제나 제자리였지만 가끔씩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수업은 어쨌든 재밌었다. 아들은 레슨보다는 그곳에서 마시는 달달한 음료수와 꽤나 비싼 마카롱을 먹는 재미로 다닌 듯하다. 그렇게 그곳의 시그니처 음료인 벗꽃라떼를 먹던 계절에 시작한 우쿨수업은 3 계절을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우리 남편은 용인죽전에서 상암동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긴 출퇴근 시간에 지쳐서 고심 끝에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하자는 큰 결심을 하였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가야 하는데 친구가 사는 김포한강 신도시의 쾌적하고 한적함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먼 거리를 마다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가끔은 내가 이해 안 될 정도로 즉흥적이고 예민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무모할 때가 있다. 그렇게 이사 온 때가 큰아이 5학년 작은아이 2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이사를 하게 되는 바람에 쇼기선생님과의 우쿨수업은 어쩔 수 없이 끝이 났다.  


 내가 다시 우쿨수업을 하게 된 건 아이들 다니는 초등학교에 학부모 대상 우쿨렐레 동아리에서 신규회원을 모집한다는 알림장을 보고 바로 신청을 하고 합류하게 되었다. 교육청 지원을 받아하는 학부모 동아리라 수업료도 거의 공짜 수준이고 엄마들 대상이라 정말 나를 위해 김포에서 준비된 수업인 것 같았다. 에너지 넘치는 회원들과 왁자지껄 수다도 즐거웠고 또 다른 선생님께 새로운 스타일로 수업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고 신선했다. 아이들 학교에서 등굣길 음악회에 참여하여 연주도 하고 축제 때도 축하공연을 했다. 김포아트홀에서도 서너 번 발표공연을 했는데 그때마다 맹연습에 스릴 있고 짜릿했다. 그렇게 2년쯤 동아리 활동을 할 무렵 온 세계가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모든 일상은 그 순간에 멈춰버렸다. 예고도 예상도 없이 겪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 기간을 버텼나 싶을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내 두 번째· 우쿨수업도 멈춰버린 일상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그 사이 우리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우쿨렐레 배우기를 멈춘 지 언 5년이다.  


5년 동안 나의 우쿨렐레는 한 번도 꺼내지지 않았다. 나의 우쿨 실력은 아직도 울 둘째 1학년 처음 배우던 그때에 멈춰있는 듯하다.  


 나의 세 번째 우쿨도전은 심적으로 가장 바쁜 시기인 큰아이 고3, 둘째 아이 중3 둘 다 입시를 치르고 있는 중인 지금이다. 막연하게 이 시기를 생각할 때는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된 시간의 연속된 일상일 것 같았는데 막상 현실은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듯 고요하다. 마냥 고요하기만 한건 아니고 닥쳐올 천둥 번개 비바람을 기다리는 고요함이랄까... 사실 지금 내가 할 건 없다. 이른 아침 나가 한밤중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밥이나 잘 챙기고 밥값이나 잘 주는 정도 가 최선이다. 아 하나 더 젤 중요한 거라면 입을 단속하는 거 그냥 입을 꾹 다무는 게 가장 도와주는 듯 하나 이 부분은 초초 예민 엄마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올 초에 나는 나에게 집중해 보는 해가 되는 게 아이들에게 도와주는 일이다 싶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었고 그중 하나가 우쿨수업 다시 시작이었다.  


구체적으로 알아본건 없었지만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막연하게 마음에 품은 계획이었다. 지난 5월쯤 지금의 기타 우쿨렐레 앙상블 팀 칸타빌레에 합류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또 새로운 만남과 배움 사귐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이곳도 와보니 이미 우쿨렐레에 진심인 기존 멤버들이 출중한 실력을 겸비하고 또 열정적으로 배우고 연습하고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 열정적이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그런 때가 있었기는 했나? 뒤돌아 보니 뚜렷한 목적이나 목 표 없이 그냥 시간을 쓰고 했던 일련의 것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곳의 멤버들이 쏟은 시간과 노력을 쫓아가려면 나는 배는 쏟아야 쫓아가겠지. 세상엔 잘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우쿨렐레 수업을 세 번 도전하면서 느낀 건 음악을 좋아하고 특히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다 너무 좋은 것 같다.  


 실제로 우쿨렐레는 하와이의 힐링의 악기라고 한다. 우리는 일주일 2번 하루 3시간씩 합주를 하는데 느린 학습자인 나는 여간 따라가기가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부담스럽지 않다. 또 아줌마의 뻔뻔함이 발동한건 아니고 처음 시작부터 마음가짐이 힘을 빼고 꾸준히였다. 내가 못하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 창피할 것도 없다. 여기 나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 실력은 내가 보기엔 이미 완성형인데 다들 더 노력하고 발전하려 연습한다. 대단하다. 이곳에 선생님은 음악 전공자는 아니다. 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한, 과학교사였던 나이 지긋한 남자 선생님은 대학시절부터 기타에 진심이었고 교사시절에는 학과와 별개로 특기활동이나 방과 후 활동으로 평생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셨다고 한다. 얼마나 진지했는가 하면 10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함께 기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공연을 진두지위했다고 한다. 교습소에 걸려있는 수많은 사진들이 그 시간들 속 열정을 짐작케 했다. 이제 퇴직하시고 정말 좋아하는 악기 연주 에만 몰두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선생님이 너무 멋져 보였다. 우쿨레슨을 받다 보면 중간에 30분씩 쉬는 시간이 있는데 선생님은 매번 직접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 간식과 함께 준다. 우리는 잠깐에 담소를 나누고 또 연주를 한다. 그냥 똑같은 노래의 반주를 연주하는 게 아니고 앙상블 합주 팀이다 보니 선생님께서 편곡해 놓은 악보에 따라 퍼스트 세컨드 반주 등 각자의 악보를 연주하여 합을 맞추는 멋진 연주였다. 팀의 막 내로 합류한 나는 잘 못하지만 열심히 반주를 한다. 우쿨을 다시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까 여느 때와 같이 선생님이 커피를 주셨고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나도 모르게 다짐의 말을 내뱉고 말았다.  


"저는 계획이 하나 생겼어요.  

이곳에서 쭉 우쿨을 배워 우쿨렐레 잘 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미리 깊이 생각해 본 말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나도 모르게 고백처럼 툭 나온 말. 평소에 내성격상 뱉은 말에 책임지기 싫어 이런 단언하는 말은 하지도 않는다. 선생님께선 물론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다. 아마도 직업과는 별개로 평생을 몰두하시고 즐기신 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시는 선생님의 여정에 내가 손을 얹었으니 끌려서라도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나 보다. 그 시간 커피 온도도 맛도 좋았다. 분위기도 따뜻하고 무엇이라도 말해버리면 이루어질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나 보다. 오늘도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며 노래를 한다.


'다~운 다운 업 업 다운 업  

떠나요~둘이서~모든것 훌훌버리고

제주도~푸른밤~그 별 아래~'


 참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부끄러운 뚱땅거림이지만 손끝도 얼얼하고 아프지만 방향이 정확히 설정된 느리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진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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