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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Sep 09. 2024

외벌이로 인해 나에게 생긴 좋은 습관들

우리 집은 3인 가족 외벌이다. 아이 임신 6개월 차, 그때부터 우리 집은 외벌이가 되었다. 외벌이라서 걱정도 많았고 더 벌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고민도 많았다. 아이가 세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외벌이여서 오히려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맞벌이가 아닌 만큼 더 소비 지출을 통제하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아껴야 할지 어떤 부분에서 아끼고 모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고정지출도 한 번 더 싹 다 훑어보며 불필요한 지출들을 정리했고, 변동지출 부분에서도 일정 금액 안에서만 소비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산을 잡고 생활하는 것이 이제는 나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맞벌이였다면, 아마 내가 이렇게까지 소비를 절제하고 모으는 습관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만큼 벌기 때문에 그만큼 썼을지도 모른다. 남편 혼자 벌기에, 이 돈을 어떻게 해야 잘 모으고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다. 웬만하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중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내가 하며 생활비를 아꼈다. 덕분에 이유식과 유아식 아이 간식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이제 쉽다 다만 귀찮을 뿐. 


지난 주말 지인의 집들이를 다녀왔다. 갑자기 주제가 집밥 이야기로 바뀌더니 집밥을 얼마나 먹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신혼부부인 지인은 집밥을 주로 해 먹는다 했고, 돌 아기가 있는 다른 지인은 거의 사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세 돌 아이가 있는 우리 집은 거의 해 먹는다고 했다. 


사실 내가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집밥이다. 한 달 정해진 식비 50만 원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기에 거의 웬만하면 집밥 위주로 먹는다. 아이가 돌 쯤에는 이게 너무 힘들었다. 아이 것도 만들고 남편과 나 먹을 것도 만들고 장도... 계산하면서 봐야 하니까... <하 머리 아프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를 낳고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할만하다. 이제 습관으로 내 몸에 밴 것 같다. 


내가 주부이기에, 아이에게 엄마표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남편이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안 나는 아이를 보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저녁 남편과 술 한잔하면서 <우리는 지금 각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라고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하루하루 일상이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고, 이제 내 머릿속엔 고정지출과 변동지출 내역이 다 떠오를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일할 생각이 있는 나는, 나의 수입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여기서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믿게 된 건 내가 해보고 알게 되었다. 그 티끌이 얼마나 중요한지 티끌을 모으는 습관을 가진 게 나의 가장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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