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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Feb 26. 2024

가계부를 쓰는 이유

내가 돈을 통제하는지 돈에게 끌려다니는지 살펴보기

수기 가계부를 쓴 지는 올해로 3년째다.

26살 통장 쪼개기로 돈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통장 쪼개기를 한다는 이유로 가계부 쓰는 것을 소홀이 했다. 정해진 금액 안에서만 쓰면 된다 생각하며 생활했다.


아이를 낳고 식비와 육아용품 지출목록을 상세하게 정리하고 싶어 적기 시작한 게 가계부였다. 처음엔 적기만 했고 그다음부터는 그 달의 예산안을 짜고 그 안에서만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예산안 짜는 것도 쉬워졌고 그 금액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니 어딘가에서 새는 돈이 없다. 갑작스러운 지출이 생겨도 그 부분에 관한 통장을 따로 만들어 놓으니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하다.


결혼하고 둘의 식비 고정과 변동지출을 관리할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때는 내 몸이 자유로웠고 돌봐야 할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돈에 대한 관리가 수월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용품 지출 부분이 많이 늘어났고 예상치 못한 상황과 지출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또 아이를 낳고 나니 혼자의 몸이 아닌 아이를 돌보며 내가 무언갈 하기란 쉽지 않았다. 꽤나 지출이 큰 육아용품들 나는 맘카페 또는 인스타에서 모집하는 체험단을 신청하며 블로그에 리뷰를 쓰며 지출방어를 했다.


아이가 낮잠을 자면 그 시간에 사진을 찍었고, 밤엔 등센서가 있는 아기를 업어 재우며 휴대폰을 들고 리뷰를 썼다. 그렇게 나는 육아용품 바디워시, 로션, 빨대컵, 식판, 식기, 기저귀 등을 체험단을 하며 지출방어를 했다.


이유식을 시작하던 6개월, 아이를 키우며 내가 제대로 된 잠을 못 자니 이유식은 사 먹이자고 결심했다. 한두 번은 사 먹였다. 근데 점점 이 금액이 쌓이고 쌓이면 그래도 꽤 될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깝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 먹지 않고 버려야 할 때는 차라리 이럴 거면 내가 만들자 생각이 들었다. 재료를 사서 아이 이유식을 만들었다. 이유식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아이를 돌보면서 이유식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와 떨어지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를 보면서 포대기에 업고 이유식을 만들었다. 힘들었지만 시판 이유식 비용과 직접 만들었을 때를 비교해 보니 금액이 1/3로 확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지인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었다. 요즘 이유식 잘 나온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도 안다. 요즘 이유식 참 잘 나온다는 것을. 내 몸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내 손으로 다 했던 것은 첫 번째는 식비 부분을 줄이고 싶은 게 컸고 두 번째는 사 먹이는 이유식을 하다가 유아식으로 갔을 때 시판의 편안함에 길들여져 내 손으로 만들어주는 게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편안함에 길들여져 그것에 기대게 되고 끌려다니기가 싫었다. 돈 관리 중 하나였던 이유식, 지금은 아이가 우리 부부와 같이 국 반찬을 먹지만 나는 지금도 아이반찬과 국 그리고 집밥 반찬은 내 손으로 다 만든다.

우리 집의 식비가 어느 정도인지도 인지가 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3인가족 우리 집 한 달 식비는 50만 원이다. 이 중 외식비율은 15-20% 안팎이다.


이렇게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우리 집의 비용이 어디서 얼마나 나가는지 알아야 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통제하는 것과 돈에 끌려다니는 것은 다르다. 나는 요즘 주변을 보면 돈에 끌려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많이 힘들어하면서도 또 반복하며 살아간다.


내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소비를 하게 되면 어느 순간 나는 돈에 통제당하며 끌려다니게 된다. 돈이라는 것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나는 가계부를 쓴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범위를 다 파악해야만 돈도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 달 지출에 대한 예산안을 세우고 그에 맞게 지출하는 것에 대해 크게 어려움은 없다. 가계부 쓰기는 종잣돈 모으기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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