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길 원하면서 내 무의식은 돈을 싫어했다.
우리 집은 가난했다. 잘 살지 못했다.
중학교 때 내 성적은 전교 400명 중에 40등을 하는 상위 10%를 유지했다. 학원 과외 없이 말이다.
학원을 다니고 싶었지만 학원을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았다. 과외는 더더욱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진학 선택을 하는 중학교 3학년 나는 실업계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공부시켜 줄 돈이 없다는 것을 알고 빠르게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조리를 전공으로 하는 실업계를 갔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나쁘지 않아 내신을 노려 서울권 4년제를 노려보고 싶었지만 대학등록금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고 나는 2년제 전문대를 다니며 일을 할 수 있는 협약을 선택했다.
전문대를 간다고 했을 때 아빠의 반대는 굉장히 컸으나, 나중에 아빠에게 말했다.
<우리 집 돈 없잖아 학자금 대출도 다 빚이야 내 인생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이다.
친구들이 수능을 보던 날 나는 일을 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놀이터 그네에 앉아 많이 울었다. 친구들처럼 대학 다니면서 웃고 떠들고 재밌게 다니고 싶었지만 4일은 일해야 했고 이틀은 몰린 강의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어야 했다. 20살 나에게 쉬는 날은 하루였다.
그렇게 2년제 전문대를 첫 학기 빼고 3학기 모두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다.
그 덕분에 나는 목돈을 조금이라도 모았고 아빠 중고차를 사드렸고 남동생은 학원이라도 다닐 수 있었다.
돈이 뭘까 하며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 행동은 돈을 싫어했다. 있으면 쓰려고 하는 게 강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쓰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어느새 내 월급이 들어오면 카드값으로 나가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가난이 싫다고 했는데 내 행동은 마치 그 삶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하듯 돈을 모을 수 있는 것들은 하지 않았다.
잘 사는 사람들을 욕했고 부모 잘 만난 거라고 시기 질투했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다르다. 내 삶을 바꾸려고 노력했고 행동했다.
가난의 되물림을 나는 끊을 것이다라고 마음먹었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다. 할인 혜택? 포인트? 결과적으로 따지면 내가 그만큼 돈을 써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끊었던 달 내 월급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 뿐이었다. 신용카드 없이 한 달을 생활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다음부터는 수월했다. 그리고 살아갈 최소한의 비용을 남기고 저축을 했다.
20대 내 명의의 첫 집을 매수했고, 5년 뒤에 그 집을 처음으로 세를 주었다. 그리고 7년째 되던 해 집을 매도했다.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20대 30대 초반에 했다.
예전엔 돈이 참 무서웠고 두려웠다. 근데 지금은 돈을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소중하고 감사하다. 그래서 더 아끼게 되고 소중하게 대하게 된다.
내가 가졌던 돈에 대한 무의식도 점차 바뀌어가는 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니 힘들었던 것들에 대해 이제야 값진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가난의 대물림 죽도록 노력해서 나는 점점 끊어내는 과정을 밟고 있다.
나의 30대, 그리고 40대는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