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3인가족의 종잣돈 모으기 성공
보물이가 25개월이 되었다.
말대꾸도 하고 말도 하고 재잘재잘 거리는 게 참 예쁘다. 힘들기도 하지만 예쁜 순간들이 더 많은 요즘이다.
이런 예쁜 아기를 키우면서 23년 올해 1년 동안 2300만 원의 목돈을 모았다.
남편은 외벌이, 나는 영유아 아기를 키우는 전업주부. 매월 50% 이상 저축하려고 노력했다.
1년동안 2300만 원의 돈을 모으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선 외식보다는 집밥위주로 먹어야 했고 아기용품도 매번 예산안에 맞게 써야 했다.
연초엔 돈이 모이는 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니 어느새 1천만 원이라는 돈이 모였고 또 반년이 지나니 2300만 원이라는 돈이 모였다.
무언가가 쌓아지는 시간들에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맞다. 종잣돈을 모으면서 느꼈다.
누군가는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사고 싶은 것을 살 때 우리 가족은 모든 것을 하지 않기보다 1-2번으로 조율하며 살았다.
쓸 때는 행복한 순간들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러나 그 소비의 행복이 연말이 되었을 때 나에게 남는 것이 없다는 것도 안다. 한숨만 푹푹 나올지도 모른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남편과 나는 서로 고생했다고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은 남편대로 밖에서 고생했고 나는 나대로 집에서 아기 키우며 모으기 위해 아끼느라 고생했다.
연말이 되어 목돈을 모으고 나니 주변에서 다들 대단하다고 한다.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모아서 뭐 하냐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라고 말했던 지인도 있다. 처음엔 마음에 상처가 되었지만 그 지인은 이런 뿌듯함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돈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것을 보며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상처받지도 않기로 했다.
올해를 통해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뿌듯한 감정을 경험했기에 또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돈을 열심히 모을 때는 남들이 부럽기도 했다. 주말마다 놀러 가고, 종종 해외로 여행 가는 그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추억은 남겠지만 나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1년간 고생한 우리 가족을 위해 모은 금액의 5%는 여행에 쓰기로 했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그리고 가고 싶었던 호텔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예약까지 마쳤다.
카드 할부가 아닌,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계산하고 나니 더 뿌듯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목돈을 모으기 위해 매달 예산안을 짰고,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할부는 더더욱 없었다.
누군가는 지금 행복이 중요하기에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지금의 행복보다는 미래에 행복을 생각하며 준비하고 살고 있다.
그렇게 티끌모아 태산처럼 15평 아파트에서 25평 신축아파트로 넓혀 왔다. 올해 2배 가까이 오른 주담대를 갚으면서도 적금은 꼬박꼬박 하며 2300만 원이라는 목돈을 모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우리는 이루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천천히 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잡음도 당연히 있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는 사람의 조언 같지만 결국엔 오지랖인 그들의 말은 흘려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