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회고: 10.29 - 11.4
1.
엔도르핀 가득하던 이번 주의 점심 다이어리. 며칠 전부터 마음에 담아 둔 타코 맛집을 점심 메뉴로 찍어두었다. 사무실의 몇몇 동료들에게 살짝 제안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타코를 좋아하는 공통점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향했고, 주문한 타코와 사이드 메뉴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돌아오는 길, 명동의 번화가를 걷다가 일본의 초밥 브랜드 ‘초밥으로’가 새로 오픈한 걸 발견했다. 다음날엔 근처 회사에서 다니는 친구를 꼬드겨 “일본 데이트 어때?”라며 초밥을 실컷 먹었다. 피날레는 즉석 떡볶이. 처음 함께하는 점심임에도 우리 모두가 떡볶이 마니아라니. 30분의 대기시간이 오히려 좋았드아. 돈 걱정, 살찔 걱정,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이번주처럼 언제든지 마구 먹고 싶다.
2.
아이와 함께한 첫 도서관 나들이. 책 읽는 또래 아이들을 보여주고 책도 빌려 봤다. 수많은 책장 사이에서 아이의 동공이 지진 나는 걸 보며, 나는 머리를 썼다. 반납 카트에 있는 책들을 보여주며 고르게 한 것. 누군가이미 읽고 반납한 책이라면, 분명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언가가 있으리라.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책을 골라 집으로 가져왔다. 취침 시간에 읽기엔 다소 긴 분량이었지만,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2주에 한 권씩,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이야.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났네." 쌓이는 도서 대출 기록들이 훗날 아이에게 독서의 자부심이 되어주길.
3.
남편과 러닝 데이트. 집 근처 공원의 300m 트랙에서 우리의 첫 러닝이 시작되었다. 나는 축구, 풋살을 위한체력 단련이, 남편은 제발 운동 좀 하자는 취지였다. 웬걸 첫 바퀴를 채 돌기도 전에 발목이 아파왔다. ‘굳이 이렇게 까지 뛰어야 할까?’ 마음속 검은 악마가 뇌를 지배했다. 결국 나는 첫날이니까, 5분, 10분, 조금씩 늘려 나가면 되는 거니까라는 핑계로 걷기로 전환했다. 반면 남편은 묵묵히 5km를 완주했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설레는 데이트 같았다. 트랙을 돌며 마주친 사람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역사를 토론하며 걷는 아버지와 아들, 노후를 그리는 중년 부부,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친구들. 그들의 다정한 모습이 내 마음에도 박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4.
2024년 마지막 캠핑. 여자 넷인 우리는 서울 근교 포천의 카라반 캠핑장으로 향했다. 키즈 콘텐츠가 없어 아이들이 간간이 넷플릭스를 보여 달라 졸랐지만, 제법 현명하게 대처했다. 대신 해먹에서 뒹굴며 놀고, 장난감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출출할 땐 과자로 달래 가며 시간을 보냈다. 엄마들은 끊임없이 간식과 식사를 챙기느라 바빴지만, 자연 속에서의 육아는 도시의 일상에 비하면 꿀이다. 그렇게 ‘가장 좋은 날’ 중 하나로 기록된 캠핑. 역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