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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바다 Oct 18. 2024

길고양이 한 마리가 침입했다

연지동 일기9

학교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고양이는 주로 기숙사 앞 정원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밤에도 아이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자주 고양이 곁으로 모여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 박스로 고양이집을 만들어 주었다.

고양이 먹이도 주었다.

일부 선생님들도 함께 추렴하여 고양이 사료를 포대로 샀다.

일부 아이들은 거의 집착에 가깝게 고양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점심시간 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청소시간에도 방과후에도 늘 고양이 주변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고양이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일부 아이들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갑자기 텅빈 복도에서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였다.

다른 고양이들이 한마리씩 모여들어 떼를 이루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위생문제 등을 내세우며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생겨났다.


결국 고양이를 위해서도 학교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었다.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갈 사람이 있는지를 수소문했으나,

그럴 사람은 없었다.

결국 학교는 동물병원에서 그 고양이를 데려가도록 주선했다.


어느 금요일 저녁,

겨울 비가 추석추석 내리던 날이었다.

밤 10시 30분,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고양이가 처마 밑에 몸을  겨우 가리고 바짝 엎으려 있었다.

금요일 저녁이어서 기숙사 학생들도 집에 가버리고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그 누구도 고양이 곁에 없었고, 있을 수도 없었다.

먹이를 주는 이도 없었다.


우리의 사랑은 늘 유한했다.

내 사랑은 항상 컸다고 자만하지 마라.

너무 큰 사랑을 기대하지도 마라, 떠도는 것들.      


#사랑#고양이#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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