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히키코모리 공황장애 환자입니다.

by 달과별나라

처음 공황장애가 온 건 6년 전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 내 인생이 사실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두려움이 몰려오면서부터 괜찮을 거야. 나를 다독이며 살아가던 와중에

샤워를 하고 나와 쓰러져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겪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그 극한의 공포감에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을 때 다행히 호흡이 돌아왔고

온몸이 계속해서 떨리고 오한이 오고 무서워서 잠에 들 수 없었다.

친구가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병원을 예약해 줬고, 처음으로 정신과를 방문했다.


당시 극도의 불안 상태였고, 정신과 약이고 뭐고, 이 불안과 떨림 과호흡을 멈출 수 만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기에 약에 대한 거부감 없이 바로 약을 먹었고,

거짓말같이 머리가 멍해지며 하루종일 잠만 잤다.


하루 3번을 먹었는데, 한 번 먹고 자고, 일어나서 또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그럼 하루가 그냥 간다.

그렇게 3일이 지나니 사람 할 짓이 아닌 거 같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는 내가 또 싫어져서

다시 병원에 방문했지만,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말뿐.


그래서 그냥 약을 안 먹고 그 뒤로 병원도 가지 않았다.

당시 호기롭게 직장을 관두고, 시험에 실패하고, 다이어트도 실패하고,

정신병과 강박증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는데 어쩌면 그런 불안들을 전부 재워줄 수 있도록

약의 도움을 받는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을 텐데, 내가 나약한 게 싫었고, 무기력한 게 너무나 싫었다.


약을 3일 정도밖에 안 먹어서 그런지 단약에 대한 부작용은 없었다. 젊었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싫어하던 운동을 억지로 시작했는데, 운동은 너무 싫어서 그냥 걸었다.


자꾸 무기력한 사람들한테, 우울한 사람들한테 나가서 운동하라는데

정말 우울하고 무기력하면 나가서 운동할 힘도 없다.

근데 살고 싶어서 그냥 나가서 천천히 걸었다.


그냥 걷기만 했는데, 걸으면서 울기도 하고, 가만히 한 자리에 앉아있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


샤워하다 발작이 와서 한동안 샤워도 못했었는데, 걷고 돌아오면 샤워를 안 할 수가 없었고

기분 좋게 샤워를 하면서 극복해 나간 거 같다.


그랬다.

상태는 지금보다 더 심각했지만, 심각한 만큼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다.

그리고 그 정신병은 지금껏 나를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어왔고,

결국 6년 만에 다시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나는 그때 공황을 앓은 뒤로 지금껏 히키코모리처럼 살고 있었다.

가족과의 소통이 전부이고 생필품을 사지 않는 이상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원하던 구직의 실패, 연인과의 이별, 너무나도 무례한 사람들..

같은 것들이 나를 더 이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누구한테 말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집에서 소소한 일을 하며 적당히 벌고, 현실을 잊기 위해 저녁이면 게임에 몰두하고,

그렇게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새해를 맞이한다 생각하니 내 안에 무언가가 터지듯

글을 쓰고 일어났는데 발작이 왔고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덜덜 떨다 다시 병원으로 갔다.


공황발작은 정말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그래서 마음대로 약을 중단했던 병원에 다시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그때와 비교해서 약도 먹지 않았는데 너무 좋아진 게 놀랍다고 하셨다.

우울과 불안 때문에 공황으로 몸으로 자꾸 나타나는 것 같다고,

공황장애 증상은 심각하지는 않다고 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메스꺼움에 헛구역질에 이러다간 약 먹다 아파서 공황이 올 지경이어서

3일 정도 먹고 도저히 죽을 것 같아 병원에 다시 방문했고

내가 정신과약에 너무나 예민하고 몸에 안 받는 정말 희귀한 체질인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정말 약한 약으로 바꿔온 지금은 살만하지만 약 먹는 3일 동안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마치 식욕억제제를 먹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그냥 사람 사는 게 아니었다.

호흡만 괜찮아졌지 온몸이 아프고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약에 대한 거부감이 굉장히 강해서 안 먹고 싶은데

나는 그렇게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하시고, 약도 약하고 자기 전에만 먹고

의사 선생님도 1년 안에 치료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이번에는 먹어보려고 한다.


글로써 뭔가를 이루고 싶어서 고군분투하면서 무수히 떨어지고,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괜찮다. 다 성장하는 과정이다.

하고 나를 다독여왔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정말 힘들었나 보다.


이 히키코모리 생활의 끝은 어디일까 그런 생각도 하면 숨이 막혀오는데

밖으로 나갈 자신도 이미 없어졌다.

작가를 목표로 하지 말고, 글 쓰는 사람을 목표로 해야 압박이 덜 할 텐데

매번 받는 반려나 혹평은 계속해서 나를 갉아먹는 거 같다.


요 며칠 약을 먹기 시작하자, 무기력해지고 몸에 힘이 없어 씻지도 못하고 청소도 못했다.

오늘은 드디어 청소도 하고 목욕도 했다.

다시 내일부터 그냥 산책을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날이 추워졌는지도 몰랐다.


나같이 사는 사람도 있을까? 나만 이렇게 외로울까? 하는

내 안의 깊은 우울이 나를 오늘도 좀 먹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나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다. 이런 우울공황은 극복할 수 없는 거라는 걸.

그냥 내가 떠안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걸..


이런 얘기를 그 누구한테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고 생각하면 그게 더 무서운 일인데

누가 알아보면 어쩌려고 겁도 없이 써내려 간 지는 모르겠지만..


새해가 오는 게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로써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나 둘 적어보려 한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