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의 새해는 별 다를 게 없다.
집안에서 새해를 맞이했고, 집안에서 한 해를 보내줬다.
사실, 새해가 밝아오는 것도 몰랐다.
집안이 적적한 게 싫어서 늘 틀어놓던 유튜브에서 타종을 한다는 걸 보고
그제야 새해가 밝아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그런 감각이 사라져 버린지도 오래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혼자 12월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새해가 밝아서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도,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조용하게 나의 2025년이 시작됐다.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내 과호흡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밤이면 불안감이 나를 잠식한다.
약의 힘을 빌려 잠을 청하고, 그렇게 잠이 들면 알람소리조차 듣질 못한다.
가끔씩 꿈을 꾸며 잠에서 깨어난다. 꿈에서의 나는 늘 행복하다.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내가 나의 잠을 스스로 통제를 못하니 답답하지만,
잠에 푹 들 수 있는 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일부러라도 산책 겸 집 앞을 어슬렁 거린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행 위가 이상하게 불안을 덜어준다.
날이 조금만 덜 춥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더운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이 좋다.
목요일마다 글을 쓰려고 목요일의 글쓰기를 야심 차게 생각해 냈지만,
그마저도 정신이 아프고 난 뒤로 전혀 쓰질 못했다.
여전히 지금도 실패를 반복 중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인생에서 뭔가를 성공해 본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분명 노력의 성취를 이룬 순간이 몇 번은 있었는데,
왜. 늘 실패한 기억만 떠오르는 걸까.
지금도 진행형인 실패가 자꾸 나를 아프게 한다.
포기와 실패는 어쩌면 나를 더 성장시키고 나아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했던
건강했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이제 없어졌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들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간절하게 원했던 일도, 사랑도, 무엇하나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천천히 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도전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간절해서
나는 또 내 몸을 혹사시켜 가며 그 일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고 나면 또 아파질걸 알면서도..
내 간절함이 조금이라도 닿았으면 해서..
오늘은 피곤해서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이 집 안에서 시작되고 잠이 들겠지.
내일은 금요일인데, 내게는 같은 하루 일 뿐이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냥 내 할 일을 하면서 묵묵히 살아가야지.
새해 복도 많이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