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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Oct 30. 2021

버릴 약속

아주 오래된 약속을 가끔 꺼내어 본다

지금은 그 앞에 서면 부끄러워지는 약속,

이지만 여전히 나에게 유효한,

그래서 그냥 내 마음 편한대로만 하지는 못하게 하는 구속


때로는

마치 어떻게 될지 알면서 그 길을 답습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내 마음이 너무 선명해서

좋아하게 될 줄을

또는 헤어지게 될 줄을


같은 영화를 두 번째 보는 것처럼

알면서도 같은 장면에서 웃고

알면서 슬펐다


슬픔이라..

몇번을 겪어봐도

슬픔은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는다


빈껍데기처럼 꾸역꾸역 살아내면

대출받았던 내 행복의 댓가를 조금이나마 다시 갚아내려나


멀리 돌아 겨우 찾아온 출발점에서

다시 길 떠나기가 무섭다


마음을 죽이자 조금만 더 차갑게

아직은 그냥 이렇게 버티는 것에만 집중하자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오늘이 지나 내일이 되면

그 때 점수를 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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