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재환 Sep 05. 2021

사계

우리의 계절을 지나며

여름


타는듯한 태양이 그런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뜨거운 무엇이 되어 사랑하고 싶었다


흐르는 땀방울에도 아랑곳 않고

꼭 잡은 손에서 너와 내가 만났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앓는 사람들


사랑해 그 한 마디 꺼내지 못해서 앓는 사람들

사랑의 그 뜨거움이 서로의 가슴속에만 머물러

뜨거운 가슴을 안고도 혼자 끙끙 앓는 사람들




가을


작은 다툼은 균열이 되고 우리는 배려를 잃어갔다

낙엽 잎 밟으며

푸르름 자랑하던 시절이 지난 후의 스산함을 생각한다


너와 함께 있는 것이 너와 떨어져 있는 것보다 힘들어서


너에게는 이유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나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어보아도 알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결국 내 이기심에게 서로의 마음을 마음대로 헤집어 할퀴게 내버려 두었다


너보다는 덜 아프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미웠다

다시는 나에게 가을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서 너의 기억을 밟는다




겨울


눈이 쌓여서 추운 것이 아니다

내 가슴 어딘가에 네가 있던 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에 추운 것이다


걸어온 길에 내 발자국밖에 없는 것을 보면서 나는 깨달았다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행복을 빌진 않을게

다만 우리의 좋았던 시간까지 후회하지는 말기를





여지없이, 봄이 오면 다시 꽃은 핀다

아직 나에게는 지난 겨울의 가슴 시림이 남아있는데

너의 웃음은 내 속의 눈을 녹이고

움츠린 어깨를 펴서 너를 안으라고 한다


너는 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너에게 사랑을 걸면 영원할 테지

나는 계절이 도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너는 계절이 지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제는 너도 나와 함께 하겠다고 했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아프고 때론 힘들더라도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 나라고,

말해주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가을이 오고 다시 추운 겨울이 와도 너와 함께라면, 다시 봄이 올 때까지 서로의 스산함과 가슴 시림을 만져주며 우리가 약속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서로를 깊이 끌어안을 수 있다면, 우리는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며 더욱 깊은 사랑을 할 수 있을 테지

이전 20화 버릴 약속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