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편 글

글감 저장소

by 그래

과거 웹소설을 쓸 때부터 버릇이 있다. 꿈을 꾸거나 글감이 떠오르면 바로 노트북을 열고, 생각난 것을 주구장창 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장편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 이런 짧은 글은 나에게 큰 에너지이고, 글감이다. 요즘 오래전에 써 놓은 글을 블로그에 저장하고 있다. 이웃들에게만 살짝 공개되는 나의 글감들은 호기심을 끄튼 것 같다. 하지만 트레드와 대중성에는 미지수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언젠가 내 글의 트렌드가 오면 내 글도 빛을 볼 때가 있지 않을까?


내려 놓기로 했다. 내가 지금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더 나이를 먹고 죽더라도 내 글은 있을 테니, 사랑하는 내 아이가 내 글의 빛을 보게 해줄 지도 모르는 일이고... 어떤 형식으로는 기록을 남긴 내 글은 세상에 존재할 테니 말이다.


나의 단편 글은 소중하다. 어떤 글은 1만자까지 쓴 글도 있다. 최소 2천자 이상에서 만자 혹은 그 이상을 써내려간 나의 글들은 내 컴퓨터에 저장되었다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생각나면 꺼내서 쓴다. 지금은 쉬는 상태... 불로 치면 소강상태가 아닐까? 억지로 뭔가를 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떠오르지 않는 걸 억지로 쥐어짠다고 쓸 수 없다. 특히 장편 소설은 만든 시놉시스를 따라 써야 글이 산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쓰는 사람이 마음이 잡지 못하면 어찌 그게 가능할까? 일단은 쉬면 된다. 쉬는 게 뭐 대수인가? 글태기를 경험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말이다.


현실과 직면할 땜다 한번씩 찾아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정해졌을 때 느끼는 글태기. 이땐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다 쓸 수가 없다. 그러니 쉼이라 생각하고 즐겨야 하지 않을까. 기존 글을 정리하고, 준비한 출간을 준비한 글은 있으니, 내면 된다. 시집 한 권과 소설 한 편이 있다. 그리고 쓰여지길 기다리는 나의 글감도 있고 말이다.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이건 써야 돼 하는 게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나를 다독이는 중이다.


오늘로서 총 3편의 단편 글을 찾았다. 기존 글은 단편 소설, 사랑을 표현하세요!로 6편으로 묶었다. 그 글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 늘리려면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원하지 않는다. 만자가 십만자가 되는 마법! 그건 마법이 아니다. 시놉시스와 상상력과 경험 들이 뭉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저 마법이라고 부르지만.


어쩌면 다음 글도 단편 모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사랑이 아니라 드라마로 갈 것 같다. 오래동안 준비한 글이 있다. 이번엔 진짜 마무리하고 싶다. 이것도 유행은 지났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비슷한 장르라 트렌드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하지만 내가 아직 완결 짓지 못한 프로젝트라서 이걸 마무리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번에 목표가 될 것 같다.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두려움이야 여전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안다. 항상 숨겨둔 감정 같은 것이라 이번에 잘 추스려 좀 깊숙히 숨겨둘 것이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동안은 내 글 저장소 정리도 하고, 새로운 것들에서 글들을 수집하면서 지내면 된다. 그래, 그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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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토닥여줍니다. 오래 전 TV 속의 웃음 전도사 분이 계셨어요. 물론 지금도 있으시긴 하지만, 이 웃음 전도사분의 동작이 인상 깊어서 기억에 남았는데, 두 팔로 자기를 감싸고 토닥여주라고 했거든요. 꽤 나이가 있던 어르신 웃음 전도사님 있으셨는데, 정말 자신을 안아주시더라고요. 자신 팔에 머리도 기대고는 다른 누군가를 안아줄 때보다 진심으로 안아주셨는데, 그때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왜 진작 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네요. 쉬운 게 아닌데, 쉽다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이 없답니다. 제 주위에도 타인은 너그러운데, 정작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대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CHIKI 작가님의 '어른이도 온기가 필요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 보면 나의 타인이라는 에세이가 있는데, 지금 저를 보고 하는 말 같네요. 저는 저에게 타인이었나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자신에게만은 관대하시길... 저 처럼 타인이 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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