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어려운 단어나 공감되지 않는 단어가 포함된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외국 음악은 거의 듣지 않고, 올드 팝이나 클래식은 예전의 이문세의 음악 캠프나 별밤, 한창 라디오를 듣던 시절에 즐겨 들기는 했지만, 그 또한 음만 조금 알 뿐 제목이나 가수 이름은 기억에도 없다. 그렇기에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보았다면 고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내가 참가하는 한 달의 한 권의 책을 읽는 독서모임 때문이다. 모임지기의 권한 만으로 고른 책을 한 달에 한번 무료제공받는다. 그리고 그 책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독서 모임으로 다양한 장르를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되었다. 덕분에 평소에 읽었을 것 같지 않는 이 책도 포함되었다.
출간된 지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은 신간이다. 2024년 11월 27일 기준 소설 부문 136위다. 이 책의 인기 비결은 아마도 조용한 위로를 주는 책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주인공 정원은 부모도 형제도 잃었다. 죽음이라는 이별을 겪으면서 삶의 미련도 없다. 동생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에 지쳐 있었고, 살아오는 동안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한 그에게 죽음은 당연한 거였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가 남긴 6000장이 넘는 LP 음반이 있다. 아버지가 남긴 LP음반은 아버지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차마 그냥 버리지도 처분할 방법도 떠오르지 않아 직접 판매에 나섰다.
삶의 의지라고는 o%로 없는 그지만, 아버지의 LP음반에 대한 애정은 아버지 못지않다. LP를 고를 사람을 위해 친절한 후기를 남기는 친절한 그다. 그의 첫 번째 손님, 원석은 원이 성이고, 석이 이름이다. 그의 직업으로 생긴 반말은 기분 나쁘지 않은 거슬림이 있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정원은 아무것도 없는 삶의 친구라는 것이 생긴다. 그의 LP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죽음의 그림자가 함께 있다. 삶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거나 사연이 있다. 물론 세상의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그의 LP가게 손님들은 유독하다.
이 책은 각자의 사연이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다. LP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곳에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면서 가족이 되어간다. 그리고 서로 모이는 것으로 각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맺힌 사연들을 풀어가기도 한다. 소설 자체의 내용은 평범할지는 모르지만, 서로 다른 곳, 다른 시간에 살던 사람들이 LP 하나로 모인 이유는 같다. 하나의 뿌리의 여러 개의 가지를 보는 것만 같다.
책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라만 마무리를 출연한 사람들의 소개로 마감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역시 이 책을 쓴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각 인물의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띠지에 보면 "레코드판에 새겨진 연륜으로 흠집 난 영혼에게 건네는 속 깊은 위로"라고 적혀 있다. 그들이 LP가게로 들어선 각 인물들은 이 띠지와 같이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모였지만, 사실 그들의 상처를 치료한 것은 음악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단지 음악은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같은 역할이었다. 결국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만약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음반이 아닌 우리나라 음반도 섞여 있어서 아는 음악과 함께 나온 내용은 공감은 배가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책에서 나온 음악을 틀어놓고 듣는다면 책 속에 더 빠져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