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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건축가 Mar 29. 2022

새로운 시작

건축소설: 내 집을 지어보고 싶습니다 # 15



샐츠만 하우스_리차드 마이어


이미지 출처: https://verung.tistory.com/27


리차드 마이어의 또 다른 백색 주택 연작. 주인이 이용하는 주동과 게스트 하우스의 부속동을 브릿지로 이어주는 형상이다. 주동의 외부는 완만한 곡면으로 처리되었으며, 보이드 공간이 메스에 적절히 삽입되어 내외부가 소통하도록 처리되었다. 하부 필로티와 가로로 긴 창, 하얀 외벽 등 꼬르뷔제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내부의 커다란 오프닝과 중앙의 벽난로 등에서 리차드 마미어 특유의 감각이 살아있다.









며칠 뒤 수경은 민영을 불러 회의를 하기로 했다. 공사비는 자비로 다시 충당한다고 치더라도, 향후 공사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훈도 같이 불러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상황이 이렇게 돼서.. 제가 좀 더 잘 챙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이게 왜 설 소장님 잘못이에요. 끝까지 그 시공사 안 하자고 했던 사람인데. 어차피 이렇게 되면 내가 책임지려고 했어요. 너무 걱정 말아요. 와서 앉아요.”




곧이어 지훈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설 소장님.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참. 어머니, 이제 어쩌죠?”




“그러니까.. 보통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하죠?”




사실 민영도 이런 상황을 말로만 전해 들어봤지 직접 겪어본 적은 없다. 그래도 주워들은 경험을 살려 말을 이어간다.




“음.. 제가 들은 바로는.. 결국 다른 시공사를 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입찰에 들어왔던 시공사도 좋고.. 하지만 원래 하던 시공사가 아닌 이상 현장 상황 파악도 힘들고 예전 공사분에 대해서 책임지기도 싫어하기 때문에 보통 잘 안 하려고 하죠. 아마 웃돈을 좀 더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군요.. 쉽진 않네요. 돈을 좀 더 써야 하나..”




“대표님, 기성(중간 공사비)은 얼마나 나갔나요?”




“한 40% 정도 내보낸 것 같아요. 사실 웬만하면 잘 안 주려고 했는데, 시공사 사장이 하도 급하다고 해서 골조 완성분까지 줬어요. 생각해보면 이미 그 시점부터 그 시공사 벌써 안 좋았던 것 같은데..”




“그렇군요. 지금 2층이 레미콘 타설만 남겨놓은 상태니까.. 아주 많이 주진 않았네요. 불행 중 다행입니다. 시공사는 예전에 입찰 들어왔던 시공사에 먼저 연락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듣고 있던 지훈이 끼어들었다.




“글쎄요.. 진짜 그 방법밖에 없나요? 저는 이제 그 시공사란 사람들, 믿음이 안 가요. 현장 보니까 시공사가 직접 시공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 하청을 주는 시스템이던데요. 쉽게 말해 저라도 나서서 그 사람들 부리면서 공사해나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어라. 지훈이 직접 공사를 하겠다는 얘긴가. 수경은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듣고 있던 민영이 말린다.




“지훈.. 아니 강 대표님. 이 공사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일단 완공 때까지 어떤 공정이 들어와야 하는지 스케줄을 다 짜야 되고요. 그 사람들 계속 섭외하고, 자재 챙기고, 돈 챙기고, 민원이나 관청 대응하고.. 이런 잡다한 일을 다 해야 된다구요. 몇십 년 한 베테랑 소장님들도 어려워하는 건데, 처음 하시는 분이 하기 힘들 텐데...”




“에이, 그거야 해 봐야 아는 거죠. 그 현장소장이라는 사람, 가끔 와서 보면 하는 일도 없고 진짜 답답하던데요. 차라리 제가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모르면 설 소장님이나 다른 분.. 그래, 그 목수 반장님이나 그런 분들한테 물어보면서 하면 되죠. 안될 게 뭐 있어요?”




“설 소장님. 지훈이가 현장 감독하면 안 되는 뭐 법적인 규정이 있나요?”




민영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구나 생각했다.




“아.. 저희 건물은 워낙 작기 때문에, 그리고 단독주택이라서 면허 있는 시공사가 안 해도 되긴 합니다. 건축주 직영공사, 쉽게 말해서 건축주가 직접 지어도 되긴 하는데... 하지만 공사감독이 워낙 힘든 일이라.. 강 대표님이 하시던 일을 거의 못하실 거예요..”




수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잠깐 저 녀석(지훈)이 하고 싶은 걸 하게 놔두고 있지만.. 결국 지훈이가 우리 회사를 맡아 줘야 돼. 안 그래도 슬슬 경영 공부를 시키려던 차에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몰라. 이런 공사를 맡아서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면 저 녀석에게 큰 공부가 될 게 틀림없어. 돈이야 얼마가 들든 상관없지.’




“어때, 지훈아. 잘할 자신 있어? 엄마 너 믿어도 돼?”




“다른 사람한테 맡기느니 제가 직접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 하는 일도 별로 없고. 잠깐 쉬면서 하면 될 것 같은데.. 소장님, 남은 공사 몇 달이면 될 것 같나요?”




“제가 볼 땐 최소 3달.. 아니 반년 정도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정도면 제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장님이 많이 좀 도와주세요.”




‘아니, 이 남자가 진짜 공사 감독을 하려는 거야?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대표님, 집 짓다가 10년 늙는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에요. 정말 챙겨야 되는 일이 많고 진 빠지는 일이 많을 텐데.. 다시 생각해보세요.”




“그런 거 다 겁내다가는 되는 일이 없어요. 소장님 걱정 마세요.”




수경이 끼어들어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그래, 그럼 지훈이가 잘해봐. 엄마가 믿고 맡길 테니까.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서 단체방에 사진도 올리고 해. 엄마가 월급 잘 챙겨 줄게.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오늘 설 소장님이 따로 지훈이랑 얘기해서 안내 좀 잘해주세요.”




엉겁결에 회의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커피숍에서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지훈 씨, 어쩌려구 그래요. 집 짓는 거 보통 일이 아닌데.. 현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해야 된단 말이에요.”




“뭐, 하면 되죠. 안 그래도 작업실 나가봐야 크게 할 일도 없는데. 근데, 이제부터 뭘 해야 되는 거죠?”




“사실, 저도 설계하고 감리만 해봐서.. 직접 시공을 하려면 어떡해야 할지 감이 좀 안 잡히는데요. 일단 향후 일정부터 꼼꼼하게 짜 봐야 할 것 같네요. 우선 골조 타설을 마무리하는 게 먼저겠죠. 그리고 저희 건물은 벽돌 건물이니까 조적을 하고 지붕을 올리고 창호를 달고, 내부 마감을 하고... 그런 순서예요. 각 공정마다 해당 업자들을 수배해서 견적을 받고 해야 되구요.”




“소장님 아시는 업자분들 있으세요?”




“아뇨.. 그런 일은 시공사가 하는 거라.. ”


“일단 목수 반장님을 불러서 이야기해 보죠. 그분은 시공 오래 하신 것 같으니까.”




지훈은 집 짓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온 지 오래였다. 지켜보니 직접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작업자들 부리는 건데 별거 없네?라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이렇게 직접 나서면 민영을 자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도와달라고 해서 계속 불러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런 생각 끝에 현장 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그럼 일단 내일 현장에 목수 반장님을 불러다가 이야기를 해 봐요.”




다음날 현장에서 세 사람이 모였다.




“예? 뭐라구요? 강 사장님이 현장 소장을 하신다구요?”




“네. 예전 시공사가 망해서 도망갔다고 하니... 그냥 제가 한번 해 보려구요. 직접 살 사람이 감독하면 책임감이 생겨서 좋잖아요. 하하.”




“그래도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닌데.. 괜찮겠어요?”




“그래서 반장님이 좀 도와주셔야겠어요. 골조 말고 다른 일도 같이 해보셨죠? 다른 업체들도 좀 아실 것 같고..”




“뭐, 다른 일도 조금씩은 해봤지. 다른 업체들도 알 만큼은 알고.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하는 건 좀..”




“제가 어머니한테 얘기해서 사장님 비용 잘 챙겨달라고 해볼게요. 여기 현장 남아서 좀 도와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내가 부리는 애들은 골조만 하는 애들이라. 계속 다른 현장 돌아야 일이 되거든. 음.. 아무튼 생각해 봐야겠네.”




민영이 다시 한번 부탁했다.




“지켜보니까 그래도 반장님이 꼼꼼하시고 저희 건물 잘 챙겨주셨잖아요. 그런 거 보고 말씀드리는 거니까요. 부탁드립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았소. 한 서너 달이면 될 것 같으니. 그때까지 이 현장 계속 봐드리겠습니다. 대신 다른 현장도 가끔 갈 수 있다는 조건이요. 내 식구들도 챙겨야 하니까.”




그렇게 세 사람이 새로운 팀이 되었다. 근처 커피숍에 앉아서 향후 일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골조는 내 파트니까.. 다음 주 까지 내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다음은 벽돌인데.. 아는 조적 업자 있으세요?”




“당연히 없죠.. 그런 걸 도와주십사 부탁드리는 거니까요..”




“아이고.. 계속 이런 식으로 해가야 하는 거구만.. 알았소. 조적 업자는 내가 수소문해볼 테니까. 설계 소장님이 지정하신 벽돌 업체에 연락해서 제품 물량 있는지 확인하시고. 도면 파악하셔서 몇 장이나 필요할지 계산해보세요. 거기서 여유치 봐서 주문 넣어야 하니까.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을 하셔야 될 겁니다.”




“전 CAD(컴퓨터 제도 프로그램) 할 줄 모르는데.. 참 쉬운 일이 아니군요.”




민영이 나섰다.




“그건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제 일 좀 제쳐두고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려야겠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지훈은 약간 불안하면서도 이렇게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보고 힘을 얻었다. 엉겁결에 나선 일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잘 되겠지. 내일부터 힘을 내보기로 한다.





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Architect (KIRA)

M.010-2051-4980

EMAIL ratm820309@gmail.com

blog.naver.com/ratm8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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