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자유가 좋아

열여섯 번째 질문, 나의 자유에 대하여...

by 나작

로리의 고백장면은 작은아씨들의 에피소드 중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다. 어릴 땐 로리와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친구로서 무척 좋아하고 결혼상대로도 훌륭한 조건을 갖춘 로리를 거절하는 것은, 조가 자기의 감정을 얼마나 잘 살피고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


난 지금 이대로 행복해. 아직은 자유로운 게 너무 좋아서 남자 때문에 서둘러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I’m happy as I am, and love my liberty too well to be in a hurry to give it up for any mortal man.


열여섯 번째 질문, 나의 자유에 대하여...


몇 년 전, 글쓰기 강의를 들을 때 강의를 하던 작가가 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교훈이 뭔가요?" 우리가 머뭇거리자 작가가 답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가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이제는 결혼을 하든, 말든, 조건을 보든, 사랑을 보든 개인의 자유일 뿐이다.


그렇다면 출산은 어떨까. 나는 결혼 후 10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딸이 십 년 만에 아기를 낳았다"라고 전하며 감격해했다. 마치 십 년간 기다린 아이가 드디어 태어난 것 같겠지만, 결혼 초기에 나는 별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많았다. 내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해 줄지, 잘 보살펴 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아직 직업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고, 이 세상이 아기를 낳아 키우기 편하지 않은 환경이기도 하고 등등. 하지만 요약하자면 "자유로운 게 너무 좋아서 아기 때문에 서둘러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달까.


"난 엄마가 되려고 살아온 것이 아니야."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엄마'라는 위치는 내 삶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진로를 고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쌓고, 여행을 다니고, 돈을 모으고, 견디기 힘든 일을 견뎌왔던 모든 것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 되는 것을 온몸으로 부정했다. 나는 그냥 나야! 외치면서.


나는 더 일하고 싶어 했다. 더 많이 여행하고 싶어 했고, 더 많이 성취하고 싶어 했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안정감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결국 아이를 낳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작은 존재들에 대한 '애정'때문이다. 여전히 안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세상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을 바라볼 때 심장 주변에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 하나로 엄마가 되었다. 사람은 사랑하는 것을 선택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문을 배신한 것도, 사회에 저항한 것도, 정의를 주장한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택했을 뿐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시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기존의 질서 자체에 대한 부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희생도 아니고 위대한 무엇도 아니다. 그 역시 나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조는 외로움과 좌절을 견뎌낸 후에 다가온 사랑을 비로소 받아들인다. 그 과정은 스스로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게 하는 여정이지 않았을까.


나는 여전히 나의 일을, 나의 성취를, 나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keyword
이전 15화호의가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