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밤길을 달렸다.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우산을 사가는 사람이 오늘따라 더 많았다. 아침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밤에 비가 많이 온다더라.” 비가 많이 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키우는 작물을 걱정할지도 모르고, 공무원이라면 비상소집의 스트레스가 있을지도, 밤길을 운전해야 하는 사람은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밤길을 운전해야 하는 쪽이었다.
시동을 걸고 나서자마자 와이퍼를 최대속도로 맞춰야 했다. 앞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들로 깜깜한 도로가 뿌옇게 흐려졌다. 상향등을 켜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평소 속도의 반으로 달렸다. 뒤차들이 더러 추월을 하긴 했지만, 대부분 비슷한 속도로 달렸다. 머릿속에 사고의 순간들이 그려지면 얼른 고개를 흔들어 쫓아버렸다. 나는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을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을 듣고 있었다. 출발 후에 비즈니스 영어로 바꿀까 했지만 차를 세울만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더 거세졌고, 나는 ‘놓아버림’에 귀를 기울였다. 커다란 화물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거나, 갈림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마다 불안함이 불쑥 찾아왔다가 물러났다.
“만물은 완벽하기에 소망하거나 창조될 것이 없었고, 어떻게 되어야 할 것도 없었다. “
나는 혹시 일어날지 모를 사고의 잔상과 불안한 진동을 놓아버리고, 핸들은 단단히 쥐었다. 앞유리창에 흐릿하게 흔들리는 불빛들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운전을 하는 일, 하나였다. 어느 순간에 나는 환하게 밝혀진 익숙한 길을 달리듯 편안해져 있었다.
집에 돌아와 주차를 할 때까지 비는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평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