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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은 사랑이라네

컴온 베이비~ 트로트

by 유주


추억 속의 슬픈 정류장
눈물 젖은 버스를 타면
당신이 생각나
차창밖에 비가 내리네
한 정거장 멈추고 지나칠 때마다 보고 싶어
줄 사람 없는 꽃다발은 시들어 가네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꿈결처럼 와서
가장 행복할 때 떠나는 가봐
가슴 시리도록 너의 입술
아직도 나를 부르네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이별을 닮아서
사랑했었다 말하네
사랑은 내리고 이별을 태우고
버스는 달려가네

홀로 남은 슬픈 정류장
당신과 나 헤어졌던 곳
한 번쯤 만날까
혹시나 기대했었네
기억이란 페이지는 넘겨질 때마다 보고 싶어
줄 사람 없는 꽃다발은 또 시들어 가네


언뜻 보고 시구절인가 했다. 아니, 노래라고? 그럼 역시 발라드네. 땡? 아하, 댄스곡인가 보다. 요즘 가사 참 좋다 말이지. 또 틀렸어? 뭐, 정말 트로트야? 그런 거야.

나처럼 텔레비전과 담쌓고 사는 사람은 백날 가도 모르고 지나칠 명곡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트로트 열풍이 웬 말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마력의 신인 가수 유산슬과 송가인이 듀엣으로 부른 <이별의 버스 정류장>을 듣고야 말았고, 그 쿵짝 쿵짝에 뽕~가버렸다. 그래서 '뽕짝'인가 봐.


"사랑은 내리고 (헤이) 이별을 태우고 버스는 달려가네~♪♬"


입에 착착 붙는다. 민요의 영향을 받은 꺾으며 떠는 창법과 정형화된 반복적인 리듬이 따라 하고 싶은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구수하고 정감 있는 멜로디, 애절한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노랫말까지. 하아~ 트로트가 대세 맞아부러.


트로트는 영어 trot로 '빠르게 걷다'를 뜻한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20년대 말 일제 강점기 때라고 한다. 일본 고유의 민속 음악에 서구의 사교 춤곡인 '폭스트롯'을 접목한 '엔카'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윤심덕이 부른 노래가 그 시절을 풍미했으며 한국전쟁 이후 1959년 트로트의 여왕 이미자가 '열아홉 순정'으로 등장하고, 1966년 나훈아가 데뷔하며 전성기를 맞는다.


1970년대 통기타 포크 송과 록 밴드 음악이 청춘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트로트는 기성세대의 하위문화로 서서히 뒤처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신승훈을 대표주자로 발라드,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곡을 비롯해 힙합, 테크노 등 다양한 음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트로트는 '성인가요'로 불리며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요즘 트로트 인기의 발원지는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연결되며 폭발적인 주류문화로 부상했다. '그때 그 시절'에 대한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며 복고 열풍에 동반 상승했다. 묵은지 '테스형' 나훈아도 겉절이 '히어로' 임영웅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까지 아울러 주류로 만들어버린 레트로 트로트의 힘.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트로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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