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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9. 2021

고등학생도 아닌데 무슨 체육?!

PE Requirements

다트머스의 졸업 요건 중 하나는 체육 (PE) 수업 3학점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성적이 뜨는 것은 아니고 그냥 출석 최소 요건 이상을 채워서 패스만 하면 되긴 한다.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닌데 무슨 체육?!"이라고 귀찮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달리 보면 바쁜 와중에 그나마 학점 때문에라도 운동을 하게 되니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도 투덜대는 학생들을 위해 다트머스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다양한 PE 수업들을 제공한다. 학기마다 수업 리스트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제공되는 PE 수업의 총 갯수가 무려 191개¹나 된다고 하니, “그래. 이 중 우리 취향도 하나쯤은 있겠지?”

 


1) PE 학점도 채우고, 다이어트도 하고!

Freshman 15으로 거울 속 내 모습이 부쩍 후덕해진 것 같고, 작년에 샀던 옷도 잘 안 맞는다면? PE 학점을 채우면서 동시에 다이어트도 노리는 일석이조 PE수업을 신청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트머스에는 필라테스, 요가를 비롯한 웬만한 한국 헬스장에서 제공되는 GX (Group Exercise) 수업이 모두 PE로 제공된다.


줌바 (Zumba)

몸치인 송희도 신나게 쉨잇쉨잇 할 수 있었던 줌바! 줌바는 음악은 라틴 음악이지만 동작은 에어로빅 같기도 하고, 힙합 같기도 하고, 살사 같기도 한 각종 댄스가 짬뽕되어 있는 스포츠인데, 운동 효과도 만점이다. 소울 넘치는 라틴 음악에 맞춰서 강사 선생님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하다 보면 금세 땀범벅이 된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할까봐 걱정했는데 클래스에 다트머스 학생들 보다 동네 아줌마들이 훨씬 많아서 엄청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강사 선생님의 에너지가 대단했는데 본인이 진짜 춤을 사랑하는 분이라 운동 한다는 느낌 보다는 “함께 춤추고 즐기자!” 하는 분위기라서 신나게 따라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가는 것 같았다. 다트머스에서 줌바는 유독 마니아층이 두터운 것 같다. PE 학점을 채우려고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강사까지 되어 학기 중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며 용돈을 버는 친구도 봤고, 다트머스 교수님 중 줌바 강사를 겸하는 분도 있다고 하니 줌바의 매력이 대단한 것 같다.


스피닝 (Spinning)

한국의 헬스클럽에도 보편화되어 있는 운동인 스피닝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핀바이크를 타는 운동이다. 다트머스의 스피닝 수업은 한 학기에 무려 10개 반이나 제공되는데, 한 반 인원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많아야 3~4개의 수업이 개설되는 타 종목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그만큼 스피닝은 다이어트 운동으로, 또 실내에서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인기가 많다.


해리는 2학년 여름학기 “초반”에 스피닝 수업을 들었다. 왜 “초반”이냐고? 우선 수업 시간이 문제였다. 의욕에 넘치던 해리는 ‘새 나라의 어른(?)’이 되겠다며 무려 아침 6시 50분 수업을 신청했더랬다. ‘여름엔 해도 일찍 뜨니까 잘 일어나겠지’라는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다. 게다가 스피닝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단다. 그냥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자전거를 타는 수준인 줄 알았는데 처음 타다 보니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고. 특히 강사 선생님이 혼자 삘 받으셔서 기어를 계속 올리라고 할 때는 정말 죽음이었다. 더 이상 기어를 넣으면 다리가 마비될 것 같아서 기어를 붙잡고 올리는 척만 했는데, 바로 "거기 다 보여!" 하는 강사 선생님의 말씀에 시무룩해져서는 기어를 팍팍 올리곤 했다.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 하고 나니 다리에 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끈한 라인을 기대했던 해리는 커져만 가는 알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아… 원하던 라인은 이게 아닌데…’


결국 첫 2주동안 열심히 스피닝에 가던 해리는 겨우 출석일수 5일을 채우고 깔끔히 학점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학기가 끝나고 성적표를 확인한 해리는 큰 혼란을 느꼈다. 스피닝 수업란에 “P.A.S.S.” 네글자가 써있었기 때문이다. 그 스피닝 수업은 해리 포함 단 4명만 듣고 있었고, 해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백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과 헷갈려 실수로 패스를 준다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해리는 혼란스러웠지만 이 기쁜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결국 지금까지도 해리가 어떻게 수업에 5번 가고 스피닝을 패스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필라테스 (Pilates)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주는 운동인 필라테스 역시 다트머스에서 꽤나 인기가 많은 PE 수업이다. 사실 해리는 필라테스를 처음 등록 했을 때 정확히 필라테스가 어떤 운동인지 잘 알지 못했다. 요가랑 비슷한 운동인가 싶었는데, 둘 다 해 보니 필라테스가 훨씬 더 어렵고 근력을 더 많이 필요로 했다.


대부분 필라테스 수업은 일주일에 두번 1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처음 몇 주간은 이게 운동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생각보다 어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어렵지 않다" "힘들지 않다"는 말에는 모순이 있다. 동작 자체가 쉬워서라기 보다는 동작이 아직 몸에 익지 않거나 유연성이나 근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동작을 100% 따라하지 못한 탓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필라테스 초입자 해리는 누워서 하는 동작이 있을 때면 강사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그냥 누워있기만 했다니 힘들었을 턱이 없다.


대부분 필라테스 수업의 특징은 수강생이 모두 여자라는 점이다. ("모두"까지는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95% 이상은 여자다.) 미처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 하고 등록하는 한 두명의 남학생들도 첫 수업날 여초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곧 바로 드랍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지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캠퍼스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으면 필라테스나 요가 수업을 들어라!"


요가 (Yoga)

다트머스에서는 서너가지 종류의 요가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인 요가 동작들로만 구성된 수업부터, 필라테스의 동작을 일부 가미해 보다 근력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까지 종류가 다양해 입맛대로 골라 들을 수 있다. 하타 요가(Hatha Yoga), 엠요가 (M.Yoga), 아사야 요가(Ashaya Yoga) 등 그 수업 이름도 다양한데 이름만 봐서는 도무지 뭐가 다른지 모르겠긴 하다.


해리는 4학년 가을학기에 요가 수업을 들었다. 지난번 스피닝 수업 이후 아침 운동은 등록해도 절대 안 간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스케줄 상 아침 시간 밖에 자리가 없어 아침 7시부터 진행되는 아사야 요가 (Ashaya Yoga)를 등록했다. 그리하야 해리의 두 번째 아침 운동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대성공이었다. 첫 2주 후 포기한 스피닝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험기간 단 두번의 결석을 제외하고 모든 수업에 참석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었다. 이번엔 뭐가 달랐냐고? 비결은 바로 강사 선생님이었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의 수업은 강사와 수강생의 호흡이 중요한데, 이번 강사 선생님은 온화한 미소와 목소리 덕에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에 평화가 오는 것 같아 정말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가 수업엔 문제점도 있었으니... 아침에 요가를 마친 뒤 상쾌한 기분으로 방에 돌아오면 갑자기 너무나도 허기가 진다는 것이었다. 공복에 운동을 한 탓인지 배가 고파진 해리는 평소보다 아침을 더 많이 먹곤 해서 다이어트는 하나도 되지 않았단다. 가끔은 요가를 다녀오자마자 음식을 보이는대로 정신없이 집어먹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면 '도대체 이럴거면 운동은 왜 하나'하고 현타가 왔다고!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종류의 운동들은 유산소 운동에 비해 실질적으로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지도 않은데, 그럼에도 운동을 했다는 느낌 때문에 "나는 운동을 하니깐 많이 먹어도 돼"라고 정당화하며 괜히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단다. 이러니 항상 다이어트가 실패하지...!



2) 이런 PE도 있다! 다트머스의 이색 PE

이왕 들어야 하는 PE 수업인만큼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학생들은 승마, 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암벽등반과 같은 이색 PE들을 고려해볼 수 있다.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평범한 PE 수업들과는 달리 장비 대여비 등의 비용이 들긴 하지만,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과 비교했을 때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모든 수업은 전에 경험이 없는 왕초보도 신청 가능하므로 PE 수업을 통해 차근차근 잘 배운다면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를 얻어갈 수 있다.


승마 (Horseback Riding)

다트머스에는 전용 승마 클럽이 있다. 바로 해노버 근교 에트나(Etna)라는 도시에 위치한 모튼팜 (Morton Farm)이다. 스키와 마찬가지로 주 1회 수업이고, 캠퍼스에서 출발하는 라이드가 운영된다.


왕초보가 승마 수업을 듣게 되면 사실상 기승 시간보다 처음에 말을 준비시키는 시간이 더 길다. 마장에 도착하면 마방에서 기승할 말의 발굽을 정리하고 털을 빗기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초급자들의 경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레슨비가 꽤 되는데 한 시간 레슨에 20분간 말 손질을 하다 보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익숙해짐에 따라 서서히 속도가 붙기도 하고, 말을 타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한다. 간신히 말 손질을 마친 후 고삐를 씌우고 안장을 올려 대마장에서 기승하면 드디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초보자의 경우 걷는 걸음인 평보, 가볍게 뛰는 걸음인 속보 위주로 수업하고, 역량이 되는 경우 달리는 걸음인 구보까지 하기도 한다. 승마는 말과 교감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말의 호흡이 중요하다.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신나게 달리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지만, 서로 신경전을 하다 보면 기가 다 빨리기도 한다.


"허리를 더 펴고, 뒷꿈치는 아래로 내리고…! 아니 지금 반동 틀렸잖아!"


운동하는 내내 승마 코치 샐리 배톤 선생님께서 매의 눈으로 자세를 교정해 주신다. 배톤 선생님은 평생을 말과 함께한 말 전문가로, 심지어 댁도 승마 클럽 내에 있다. 종합마술, 마장마술, 폴로크로스 총 3개의 승마 운동부를 모두 관리하실 만큼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다. 승마는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어 많은 학생들이 쉽게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사실 승마 PE 수업은 알고보면 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스포츠로 인식되어 있는 스키, 스노보드, 골프 수업 정도의 가격이다. 이렇게 쉽게 승마를 접할 수 있는 것은 깡촌에서 학교를 다니는 나름의 특전 중 하나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피겨 스케이팅(Figure Skating)과 스케이팅 (Skating)

1년 내내 추운 날이 많아서인지 다트머스는 유독 다양한 겨울 스포츠 옵션을 제공한다. 스키와 스노우보딩은 물론이고, 스케이팅이나 피겨 스케이팅 수업도 들을 수 있는데, 특히 피겨의 경우 한 학기에 6명의 학생만 수업을 들을 수 있어 꽤나 경쟁률이 높다. 피겨퀸 김연아가 될 수는 없어도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없다면 한번 도전해볼만한 PE인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 수업은 다트머스의 실내 아이스링크인 톰슨 아레나(Thompson Arena)에서 진행된다. 아이스 하키 연습 및 경기 장소로도 이용되는 이곳에서는, 기존에 피겨 스케이팅을 하던 학생들로 구성된 클럽 피겨 스케이팅 팀이 정기적 연습을 가지기도 한다.  


▼ 스키와 스노보드 PE에 대해서는 이미 아래 글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암벽 등반(Rock Climbing)

암벽 등반 역시 다트머스에서 들을 수 있는 이색 PE 수업 중 하나인데, 다소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경험이 전혀 없어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첫 수업에서는 실내 Climbing Gym에서 기본적인 등반 방법, 장비 착용하는 법, 암벽 등반에 쓰이는 용어 등을 간단하게 배우고, 그 다음 수업부터 바로 실전으로 넘어가 실제 암벽을 타는 것을 연습하게 된다. 송희에게 암벽 등반 수업을 소개해준 J양에 따르면 등반은 자기 레벨에 맞춰서 본인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벽을 자신의 속도에 맞게 자유롭게 타는 것이라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고! 다만, 주 1회 무려 5시간 수업이라고 하니 수업 스케줄이 빡빡하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처음에는 무섭게 보여도 두려움을 뛰어넘고 익숙해지고 나면 절벽을 한 발, 한 발 오르며 오히려 마음이 잔잔하게 편안해지는 즐거움이 있다고 하니 시간과 용기(!)만 허락된다면 시도해볼만 한 것 같다.



3) 만사가 귀찮은 학생들을 위한 PE

이렇게 다양한 PE 수업이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땡기는 것이 없다면, 매번 혹하는 마음으로 PE를 신청하지만 수업 일수 채우기에 실패하여 결국 학점을 받지 못한다면, 당장 다음 학기가 졸업인데 아직도 채워야 할 PE 학점이 남았다면,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면…! 다트머스에서 이런 귀차니스트 학생들을 위해 마련해둔 몇가지 최후의 보루가 있다.


명상과 이완(Meditation and Relaxation)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말그대로 한 시간동안 본격 이완을 하는 수업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의 쉬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이고, 운동을 하기 너무나 귀찮은 학생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옵션이다. 단순히 가만히 앉아 숨을 쉬는 정도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간혹 테마가 있는 명상 수업도 있는데, 그 중에는 ‘의식을 깃들여 먹기(Mindful Eating)’를 배우는 수업도 있다. 흔히 우리는 음식을 정신없이 먹기 바쁜데 이 테마 수업에서는 몸과 마음을 이완한 상태에서 선생님이 준비하신 과일 등의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맛을 음미하는 법을 배운다. 이처럼 흥미롭고 부담이 없기 때문에 이 수업 역시 인기가 많다.


낚시(Fishing)

낚시 수업은 ROI가 좋은 편이다. 매주 최소 1회에서 최대 3회까지 출석해야 하는 다른 PE 수업들과는 달리, 낚시 수업은 한 학기에 단 하루만 투자해 근교의 강이나 호수로 원정을 다녀오면 학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격 원정을 나가기 전에 2회 정도 사전 교육을 들어야 하긴 한다. 하지만 그래봐야 한 학기에 3일 정도만 투자하면 크레딧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인기가 많다. 매 학기 2개의 반을 모집을 하는데 각각의 정원은 10명 정도라 PE를 등록하는 첫날 마감되기 일쑤라고. 재미있는 것은 겨울 학기에는 Ice Fishing으로 변주되어 운영된다는 점이다. 추운 겨울날에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코코아도 마셔가며 생선을 기다리는 것은 꽤나 낭만적인 것 같다.  


2박 3일의 산장 캠핑 (Cabin Camping Overnight)

산장 캠핑 역시 전체 학기 중 딱 2박 3일만 다녀오면 PE 학점을 받을 수 있어 ROI가 좋은 편이다. 게다가 캠핑이니만큼 가서 뭘 배우거나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산장 캠핑은 이런 식이다. 미리 선택해 둔 주의 금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콜리스 학생회관 뒷편에서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DOC클럽 소속의 캠핑 리더를 만나 버스를 타고 산장으로 출발한다. 그렇다! 등산으로 걸어서 캠핑을 가는 것도 아니고 무려 버스가 코 앞까지 모셔다 준다. 귀차니스트들에겐 정말이지 완벽한 옵션이다. 버스가 내려준 곳에서 10분 정도 산길을 걸으면 산장이 나온다…! 이렇게 간편할 수가 없다. 캠핑 리더가 챙겨온 물자로 간단히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한 뒤, 수다를 떨거나, 각자 할 일을 하다가 잔다. 밥 해먹고 설거지 하는 것 빼고는 (어짜피 이건 살려면 해야 한다) 캠핑에서 반드시 해야하는 미션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둘째 날은 산장 근처로 산책을 간다. 기상 시간이 딱히 없기 때문에 늦은 아침에 일어나, 보통의 경우 산장에서 멀지 않은 무스락까지 산책을 가서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온다. 물론 원하지 않는다면 산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무슬락으로 산책을 가서 거기서 낮잠을 잤다. 셋째 날은 늦은 아침에 기상해 남은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 후 산장을 정리하고 점심 시간 전에 캠퍼스로 돌아온다. 금요일 저녁 6시에 출발하고 일요일 점심 전에 돌아오니 2박 3일이라지만 실질적으로 48시간도 안 되고, PE 학점을 날로 먹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산장 캠핑을 활용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같은 날짜에 신청해서 신나게 요리도 하고,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며 산 속의 캠핑을 즐기다 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혼자 신청한 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가서 동면하는 곰처럼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자며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다 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정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혼자 신청한 후 리딩 과제를 잔뜩 들고 가서 속세와 단절된 사람처럼 바짝 공부를 하다 오는 것이다. 어차피 2박 3일이 지나면 다시 보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캠핑 멤버들은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각자 챙겨온 과제 리딩을 열심히 하기도 한다. 산장에서는 당연히 인터넷이 되지 않기 때문에 노트북을 들고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중간고사가 끝나는 주말에 신청해서 신나게 그간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하고 왔다.


어떻게 활용하던, 2박 3일 간의 산장 캠프는 PE 학점을 가장 아무런 노력 없이 채울 수 있는 선택지임은 분명하다. 등산에 관심이 없다면 아마도 신입생 시절 DOC 트립 이후로 가본 적 없을 무스락에 졸업 전에 다시 한 번 다시 가 볼 좋은 핑계거리이기도 하다.



¹ 물론 이 중에는 엄밀히 말해 수업이라기 보다는 연습시간인 것들도 있다. 소프트볼, 프리즈비, 조정 등 다양한 스포츠 팀 연습을 PE 크레딧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또한 스포츠 뿐만 아니라 교내 댄스동아리 부원일 경우에도 그 연습시간을 PE 크레딧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연습시간 형태의 PE “수업”을 제외해도 수업의 개수는 130개가 넘는다. (2016년 겨울학기 기준)


Written by Ellian, Hye Ryung, Song Heui and Haeri

Edited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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