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7일 차 새벽을 맞이하며
작년 11월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평소에 보고 있던 작가의 인스타, 블로그에서 '필사 클럽'을 시작한다는 공지를 보았다. 필사 클럽? 그게 뭐지..? 책을 같이 읽으면서 그날 좋았던 문장을 손으로 꾹꾹 힘과 마음을 담아 노트에 쓰고 그것을 서로 인증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이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시국도 시국인지라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거의 전부였던 나는 점점 활기를 찾는 게 어려워졌다. 마음대로 나가기에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스크 착용이 아직은 어려운 둘째가 있고, 첫째와 둘째가 함께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고 그러니 내 몰입의 시간은 꿈꾸기도 어려웠다. 그랬던 내가 남편에게 물어봤다.
"나 필사 클럽 해보고 싶은데 무리겠지? 언제 책을 읽고 필기를 하겠어.. 안 그래?"
남편이 나보고 해보라고 했다. 사실 내가 남편한테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거 자체는 '무리겠어'가 아니라 '하고 싶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내뱉는 것이었던 것 같다.
내게 몰입의 시간이 없다 보니 나도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다소 부정적이거나, 때로는 우울하거나 너무 다른 변수에 휘둘렸다. 그런 내 모습을 작은 활동을 통해 변화의 시점이 될 수 있다면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필사를 하면서 혹시나 내 일상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까 하는 호기심에, 절실함에 나는 참여 신청을 하고 등록비를 냈다. 필사 클럽은 참여 신청을 할 때 참여비를 내는데, 만원은 참여비, 만원은 내가 매일 미션을 성공하면 한 달 후에 환급을 받는 보증금 개념의 돈이었다. 필사 클럽이 시작되면 카톡 채팅방에 초대되어 어색하게 인사들을 나눈 뒤, 작가의 리더대로 하루에 각자 책을 읽고 하루 중에 필사한 노트 사진을 공유했다.
그 이후 내게 약간의 변화가 있었을까?
있. 있. 다.
일단 조금이라도 하루 중에 책을 읽게 되었고, 다른 변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 몇 장이라도 책을 읽고 노트 필사를 했다. 책을 읽고 좋았던 문장이나 마음에 와닿았던 글들이 있으면 책을 접어 표시했었는데 노트에 쓰고 나중에 블로그에 읽은 책 리뷰를 올릴 때는 그 노트를 보고 다시 한 번 되새기니 책에서 읽었던 좋았던 영향을 깊게 진하게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손으로 펜을 잡고 무언가를 쓰는 규칙적인 경험이 이렇게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우리의 몸은(뇌, 신체 등) 손을 움직여야 건강하고 좋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좋았던 것은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서로 소통한다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취향을 매개로, 나의 경우는 책을 매개로, 필사를 매개로 서로 영감이나 생각한 바를 나누는 게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영향을 주었다. 외롭지 않았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기 때문에 매일 거르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모습을 통해 내가 일상의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션을 성공한 그 뿌듯함도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더불어 내가 몰랐던 좋은 작가와 책을 알아가는 재미도 정말 흥미롭다.
그래서 이 필사 클럽은 11월에 시작하여 나는 지금도 여전히 참여하고 있고, 2월도 신청하여 오늘부터 시작한다. 필사하는 것이 좋아서 다른 지인들과 하루 중 영감 받았던 문구나 내 일기를 매일 공유하는 '영감 노트' 공유도 한 달 해보고, 요절 말씀을 매일 쓰는 필사도 시도해보았다.
필사 클럽에 참여 신청을 시작으로 다른 주제로도 필사도 시도해보는 작은 경험을 확대시키기도 하였다.
학창 시절 이후 노트필기를 하는 경험이 규칙적으로 있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보면 지금 이런 사소한 경험이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나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다른 소소한 도전을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던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필사라는 게 좋은 문구, 좋은 글을 노트에 작성하면서 단순히 그 글을 베껴 쓰는 게 아니라
좋았던 문장을 내게 새기는 거 같다. 책을 읽을 때 한번, 노트에 쓰면서 한 번 더 읊조리면서 내게 새기고 내 거화 하는 그 과정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필사하는 거, 필사 클럽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