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독의약박물관
요즘 캠핑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캠핑의 매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자연 속에서 느끼는 여유로움, 맛있는 바비큐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장작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이 있죠. 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도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기 때문 아닐까요? 불교에서는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며 자신의 지혜 또한 환하게 밝힐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불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듯한데요, 그래서 오늘 소개해 드릴 유물은 바로 ‘석등’입니다.
석등은 이름 그대로 돌로 만든 조명 시설입니다. 불교에서 행하는 공양 중 등공양이 있습니다. 이동이 가능한 소형 연등을 사용하는 경우와 석등과 같이 대형을 일정한 곳에 고정하여 사용한 경우가 있죠. 석등은 어두운 곳을 밝히는 실용적인 성격과 중생의 어둡고 어리석은 마음에 부처님의 말씀인 불법을 빛으로 밝힌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석등의 기원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서 백제 석등의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충남 부여의 가탑리폐사지에서도 백제 시대 석등 지대석이 발견되어, 삼국시대부터 석등이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도 석등은 알려진 것이 없고, 불교를 정립하고 성장시킨 중국의 석등은 우리나라보다 시기가 늦습니다. 아마 석등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고려시대에는 전통을 잇는 동시에 혁신적인 양식도 개발됐습니다. 고려말부터 석등을 왕실의 능에도 설치했는데, 공민왕의 현릉의 장명등이 대표적입니다. 조선에 이르러서는 사대부에게도 전파되어 묘에 석등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석등은 사찰을 넘어 능묘에도 설치되면서 하나의 풍습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석등은 고려시대 유물로 한독의약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있습니다. 석등의 구조는 크게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으로 구성됩니다.
하대석은 기둥을 받치는 부분입니다. 팔각지대석 위에 8개의 복련석(연꽃잎을 거꾸로 한 문양)을 얹은 형태입니다. 지대석은 8면 모두 안상문(코끼리 눈과 같이 생긴 모양)을 새기고 그 안에 귀꽃문(우화문)을 새겨 장식한 형태로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중대석은 석등의 기둥 부분입니다. 이 석등의 기둥은 8각의 가늘고 긴 형태이며 윗부분은 화사석(등불을 밝히는 부분)을 받치기 위해 8각의 양련석(연꽃잎 모양)을 올렸습니다.
상대석은 지붕 역할을 하는 부분입니다. 옥개석(지붕돌)과 옥개석 정상부에 연화보주(연꽃 봉우리)를 얹은 모습입니다. 또한 상대석에는 석등에서 가장 중요한 등불이 장치되는 화사석이 있습니다. 화사석은 평면이 8각이고 4개의 화창구(등불이 보이는 창)가 있어 사방에서 등불이 보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아래쪽에서부터 위쪽까지 수행과정을 나타내며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