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길고 긴 인생에 남겨질 하나의 점
단 한 번도 담임을 맡지 않은 해가 없었다.
매년 26명~35명의 아이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의 부모와 소통해 왔다.
스무 살이 된 제자들이
고맙게도 소식을 전해줄 때가 있다.
"선생님, 휴가 나왔어요."
"옛다, 치킨 기프티콘 쏜다."
"선생님, 저 교육대학원에 가요."
"그래, 현장에서 만나자."
"선생님, 저 홍대에서 공연해요!"
"그렇게 기타만 치더니 행복해 보이네."
반면,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하늘의 별이 된 제자도 있었다.
'무엇이 급해서
그렇게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고 떠났을까.'
아이들의 14살, 15살, 16살을 함께 하는 이 직업.
매년 아이들을 보내고
새로운 아이들을 받아 가르치는 직업.
나는 아이들 인생의 단면만을 볼 뿐이다.
군대에 가서 휴가를 나온 제자는
14살 때, 태권도로 대학을 가
태권도장을 차리는 꿈을 꿨었다.
'작은 키에 이런 작은 동네에서
태권도로 대학을 갈 수 있을까?'
까까머리로 매일 배시시 웃어주던 제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의 태권도과를 갔다.
16살에 수학 교사가 되고 싶다던 제자는
수학을 참 못했다.
'수학을 못하는데 수학 교사가 된다고?'
그녀는 수학 전공을 마치고,
교육 대학원에서 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16살에 공부는 안 하고,
학교에서 조용히 기타만 치던 제자는
홍대에서 신나게 기타를 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과
밴드를 만들며 공연을 하며 산다.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고작 1년을 키워내며
너희의 미래를 재단하고, 단정 짓지 말아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한 너희의 꿈을 기꺼이 응원해 주는 것.
행운을 빌어주는 것.
그 일을 부단히 해나가야겠다.
난 너희의 수많은 날들에 남겨질 하나의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