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비나 Oct 09. 2023

내 아이의 공개수업, 관전 포인트

당신이 본 아이의 1시간

e알리미가 울린다.

"자녀의 공개수업에 참석하시겠습니까?"

참석여부를 묻는 가정통신문이었다.


세모의 공개수업은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ADHD 아이의 가장 취약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쟤가 세모래.'

'쟤는 수업 시간에 왜 이렇게 산만해?' 참석한 다른 부모들이 수군거릴 것만 같았다.

'저 사람이 세모 엄마래.' 내가 세모 엄마라는 걸 드러내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세모의 초1 공개수업은 남편을 보냈다.


남편이 보내준 세모의 공개수업 사진들을 보며

울컥했다.

'내가 두려웠던 건 네가 아니라, 부끄러울 나 자신이었구나.'


코끝 공기가 차가워질 때쯤,

어김없이 공개수업 시즌이 돌아왔다.

"자녀의 공개수업에 참석하시겠습니까?"

아직도 자신은 없지만,

세모를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다음 날, 메신저로 날아온 쪽지 하나.

"선생님들, 공개수업 시간표 확인하세요."

아! 내 차례다.

세모뿐만 아니라, 나도 공개수업을 해야 한다.


교사의 가장 사적인 부분,

수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1년의 행사 중 가장 묵은 체증처럼, 넘어야 할 산처럼 큰 과제이다.


세모의 공개수업이 먼저였다.

세모의 공개수업을 가면서 되뇌었다.

'그래, 잘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그래, 잘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교실에 앉아있는 세모,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두리번두리번.

'나'를 찾는 눈빛이었다.

책상에 앉아있는 작은 내 아이.

건강히도 자라주어 어느새 교실에 한 자리를 떡 차지하고 앉아있구나. 울컥했다.

세모는 엄마가 와주어서일까,

선생님의 지시에도 바로 집중해 주었고,

친구와 협력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 세모는 '보통'의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의 세모는 ADHD 증상이 많던, 개구쟁이 아이였다.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를 1년 넘게 이어나가면서 아이는 성장했다. 누가 봐도 보통의 초2 아이였다.


만약, 내 아이의 '공개수업'을 가게 된다면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다.


 첫째, 내 아이가 모범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교실에서의 아이들 모습은 다 다양하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조금은 산만할 때도 있고,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부산스럽게 떠들 수도 있다.

친구들과의 장난에 집중하느라 수업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조금은 기대를 낮추고 가야 한다.

우리는 '보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당신의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얼마나 모범적이었나? 생각해 보길 바란다.


 둘째, 선생님이 아닌, 나의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

간혹, 어떤 부모들은 선생님이 얼마나 수업 진행을 잘하시는지 초 집중해서 보시는 분들이 있다.

중학교 수업 공개를 하면서 항상 부모님들이 적어둔 피드백 종이를 받을 때면 당황스럽다.

"선생님, 아이들에게 지시어를 많이 쓰시네요. 청유형, 권유형으로 써주세요."

"선생님, 영어로 수업해 주시니 너무 좋네요."

"발표 기회를 더 고르게 주셨으면 좋겠어요."

교사의 수업은 수업 전문가가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님들에게 수업을 공개하는 주된 이유는 교사가 얼마나 수업이라는 서비스를 잘 제공하고 있고, 학부모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만족도조사를 하기 위함이 아니다.

  선생님이 아닌, 나의 아이의 학교 생활이 어떤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아이의 수업 태도는 어떨까?

나의 아이는 협력하는 아이인가, 이끄는 리더십이 강한 아이인가?

나의 아이의 표정은 밝은지, 친구와의 소통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관전해 보길 바란다.


특히, 이런 점들이 눈에 자주 띈다면 ADHD 검사를 권한다.

1. 선생님께서 "여러분, 이제 그만 멈추고 여기 보세요."라고 말했을 때,  주의력을 바로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
2. 협동 수업에서 친구가 요구하는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뜻대로 계속할 말만 하는 경우
3. 선생님이 수업 활동 지시 사항을 말하는데 다른 친구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경우
4. 착석이 잘 안 되고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경우
5. 집중해서 수업 활동을 해야 하는데 다른 그림을 그리거나 손을 꼼지락 대는 경우

 어떻게 하루만 보고 ADHD를 의심하냐고?

사실, ADHD인 아이인 세모도 엄마와 아빠가 참관한다는 이유로 최선을 다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약효의 힘도 있다. 모든 아이들은 그날 자신의 '최선'을 다해 수업에 참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행동들이 보인다면, 그게 그 아이의 '최선'인 것이니 학교 생활이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학교 공개수업에서 이런 점들을 눈여겨본다면 부모와 아이를 위해 조기 진단과 ADHD 치료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교 금지.

<당신이 ADHD라고 해서, ADHD가 당신은 아니다>, 김강우 작가의 저서에 나온 말이 있다.

비, 비참해지거나, 교, 교만해진다.

"여보, 쟤는 네 자리 숫자도 너무 잘 아는데 우리 동글이는 왜 자꾸 틀리지?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거 아냐?"

비참해진다.

"여보, 쟤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계속 꼼지락거리고 다른 애랑 장난치네? 우리 육각이는 봐봐요. 얼마나 집중도 잘하고 의젓해?"

교만해졌다.


아이들은 성장한다. 당신이 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연간 수업일수 191일 중 단 하루다. 수많은 날들 중 하루의 단 40분, 45분 정도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 하루로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하면서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지 마시길 바란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수많은 엄마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단 하루 아이에게 실수한 것으로 '당신은 ~한 엄마야.'라고 누군가 평가한다면? 무척이나 속상하지 않을까.


공개수업을 마치고
당신이 해야 할 것은 단 하나.

세모야, 네가 건강히 성장해서 교실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

동글아, 친구들과 즐겁게
수업을 해내는 모습이,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네모야, 너의 수업에
엄마를 초대해 줘서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