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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r 19. 2023

”ADHD는 공부 포기해야 해. “ 누가 그래?!

ADHD 아이에게 학습이란

육각이는 초1인데 아직도 한글을 모른대. 아무리 가르쳐도 모르는 거면 ADHD 아니야?


선생님... 동글이는 ADHD라서 앞으로 공부는 기대 안 하려고요. 그냥 바닥은 하지 말라고 학원 보내요.


  난 세모가 ADHD인 것을 의심하면서도 진단을 미루고 미뤄왔다. 그 이유는 이 아이가 또래보다 분명 앞서가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글을 또래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고, 레고 블록을 두 시간이고 집중해서 해냈으며, 수를 좋아하여 암산 능력도 또래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모가 ADHD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던 이유는 많았다. 세모는 항상 타인이 허용하고 있는 적당한 거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자꾸만 선을 넘는 일이 많았다. 5살 때부터는 선생님과의 상담도 잦아졌다. 유치원에서 또래가 잘 지켜내는 규칙들을 습득하지 못해서 계속 지적을 받고 훈육받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ADHD는 지능과 관련이 있을까?

이 고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관련이 없다. “라는 것이다.

세모의 지능검사 결과를 받고 나는 다소 당황했었다. 7세에 검사했던 지능검사에서 상위 11%의 점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모의 경우, 지능점수에서 처리속도와 작업기억 점수가 다른 지능 점수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 말은 곧 내가 아무리 빨리 옷 좀 입어라, 빨리 다음 숙제 해라 말해도 주어진 과업을 처리하는 데 세월아 네월아 걸린 세모의 행동을 설명해 주는 것과도 같았다. 마트에서 뛰면 안 되는 것, 수업 중에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되는 것 등 기본적인 규칙을 아무리 백번 설명하고 천 번을 혼내도 또 그 순간 기억해내지 못해 다시 혼나는 것을 선택하는 세모의 행동을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세모의 지능이 높아서 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을지 묻는다면...?

아니다. 나는 슬펐다...


  교사로서 중학교 최상위권 아이들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들이 공부라는 우리나라 부모의 최대 목표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안다. 일단 그 아이들의 기본 성향은 성실함과 계획적인 성향, 그리고 수업 시간에 매 순간 깨어있는 집중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머리가 좋아도 다른 생각을 하느라, 게임 시간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우울감에 빠지거나 하여 그 중요한 시기에 학업에서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우리 세모의 미래 모습은 ADHD 때문에 후자에 가깝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얘는 공부는 포기해야겠구나.’

이 아이의 하드웨어가 좋아봤자, 책상에 앉아 머리에 지식을 넣을 자세를 갖춘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세모의 주치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나에겐 희망과 새로운 계획의 설렘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강남 학원에 대학 입학 결과 현수막 보시죠? 제가 봐준 ADHD 아이들 대학 결과 보면 제가 걸 현수막이 더 길고 화려할 겁니다. 세모 같은 아이들은 창의 과학, 영재 수업 이런 거 시키세요.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할 겁니다. “


그렇다. 세모 같은 ADHD 아이들은 호기심이 약점인 것 같지만 강점이다. 발산적 사고의 대가들이다. 또 지능에 따라 수학에 특출 난 아이들도 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 아이의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ADHD를 열심히 공부하여 세모에게 맞는 방법으로 학습에 접근해야겠다고.


초등학생이 되면 엄마들 사이에서 이런 단어들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 수학 선행, 초등 독서법, 엄마표 영어, 영유 애프터 등


  그런데 이런 학습을 시키기 위해서 강연을 듣고,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는 등 나 혼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사고의 회로가 다르고 학습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의 학습 속도와 방법을 안다면, 그 방법으로 아이를 학습의 길로 안내한다면, 우리 아이도 자신이 원하는 꿈을 펼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무대에서 신명 나게 춤추듯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와 세모만의 학습 로드맵은 시작되었다.


꼭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의 아이가 ADHD가 아니라면
그런 질문을 했을지 묻고 싶다.
ADHD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학습과 성적은 목표가 아니다.
학습은 수단이다.
우리 아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자립‘이다.
’독립‘이다.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편안하게 해내고
성취까지 해내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 끝에는 이 아이들이 약이 없어도,
부모가 없어도
스스로 자신의 ADHD를 조절해 가며
살아갈 평생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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