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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Jun 08. 2023

너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은

금수저도 아닌 바로 이것이야.

”세모야, 오늘 학교에서 재밌었어? 누구랑 놀았어? “

매일 물어보는 질문이다.

딱히 순간에 집중하여 기억하지 않는 ADHD 아이기에 항상 답은 같다.


“몰라? 그냥 혼자 놀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교류도 안 하는 건가?’

온갖 걱정의 시작이다.

키도 작고 지적도 많이 받는 아이라서,

핑퐁 대화도 어려운 아이라서 친구의 단짝으로 간택을 받기란 참 쉽지 않은 아이라서 아이의 외로움을 내 맘 깊이 느껴본다.


내일이 되고 나는 또 묻는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

“몰라~ 그냥 혼자 종이 접어.”

“그럼 꼭 놀지 않아도 친한 친구 있잖아. 같이 있으면 편한 친구. 세모는 누가 제일 편해?”

“글쎄? 한 명 있어.”

“정말? 누구야? “

“바로... 나!”

“너?”

“응! 난 내가 제일 좋고 제일 편해!”


세모가 저 말을 했을 때,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이 글에 담지 못해 안타깝다.

세모는 정말 자신 있고 해맑은 표정이었다.


내가 세모에게 누구랑 놀고, 누구랑 친해졌는지 물을 때마다 나는 마치 아이의 관계마저 통제할 수 있는 양, 기대하고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당연히 누구랑은 놀아야지.)

“오늘은 누구랑 친해졌어?”

(단짝쯤은 있어야지.)

하는.. 이런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ADHD 아이들의 사회성은 약으로도 잘 발달되지 않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비ADHD라 해서 사회성이 좋아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리는 것은 아닌 것을 보면 꼭 ADHD가 있기 때문에 사회성이 낮을 것이란 기대도 나의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싶다.


나는 세모가 ADHD를 안고 살아갈 삶이 어떨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 목표는 하나.


“세모 네가 정말 네 모습 그대로,

오롯이 편안한 삶을 살길 바라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가르쳐주고 물려주고픈 것들이 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금수저도 아니고, 집도 아니다.

세모가 보는 자신의 모습이 불편하지 않길,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고

바라볼 때마다 환히 웃으며

만족할 수 있길. 항상 기도한다.


그래서 난 세모에게 항상 자신을 1번으로 두는 법,

자신을 지키는 법,

자신의 부족한 면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을

가르친다. 내가 아이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세모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뭐야?”

예전엔 종이접기 색종이였다가

좀 커서는 우리 가족이었다.


“세모야, 다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야. 그러니 모든 일은 널 위해서 생각해. 너에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생각하고 행동해. 생각하고 선택해. 네가 너무 소중하니까 건강을 위해 채소를 더 먹고,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게임이랑 스마트폰은 좀 더 멀리하는 거야. 너에게 좋은 걸 해. “


그래서였을까?

세모는 누구랑 놀던지,

놀지 못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자기 자신만으로도 너무 편하기에

행복하게 학교에 가고 단짝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느낀 외로움은 다 내 것이었다.


세모야,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해.
엄마가 너의 미래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히 아는 건
자기 자신이 편한 사람의 삶은
너무나도 건강하고 안락한 삶이라는 거야.
내가 너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건
자기 자신을 그대로 사랑하는 법
바로 그것이야.


*사진 출처- Metr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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