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도 아닌 바로 이것이야.
”세모야, 오늘 학교에서 재밌었어? 누구랑 놀았어? “
매일 물어보는 질문이다.
딱히 순간에 집중하여 기억하지 않는 ADHD 아이기에 항상 답은 같다.
“몰라? 그냥 혼자 놀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교류도 안 하는 건가?’
온갖 걱정의 시작이다.
키도 작고 지적도 많이 받는 아이라서,
핑퐁 대화도 어려운 아이라서 친구의 단짝으로 간택을 받기란 참 쉽지 않은 아이라서 아이의 외로움을 내 맘 깊이 느껴본다.
내일이 되고 나는 또 묻는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
“몰라~ 그냥 혼자 종이 접어.”
“그럼 꼭 놀지 않아도 친한 친구 있잖아. 같이 있으면 편한 친구. 세모는 누가 제일 편해?”
“글쎄? 한 명 있어.”
“정말? 누구야? “
“바로... 나!”
“너?”
“응! 난 내가 제일 좋고 제일 편해!”
세모가 저 말을 했을 때,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이 글에 담지 못해 안타깝다.
세모는 정말 자신 있고 해맑은 표정이었다.
내가 세모에게 누구랑 놀고, 누구랑 친해졌는지 물을 때마다 나는 마치 아이의 관계마저 통제할 수 있는 양, 기대하고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당연히 누구랑은 놀아야지.)
“오늘은 누구랑 친해졌어?”
(단짝쯤은 있어야지.)
하는.. 이런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ADHD 아이들의 사회성은 약으로도 잘 발달되지 않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비ADHD라 해서 사회성이 좋아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리는 것은 아닌 것을 보면 꼭 ADHD가 있기 때문에 사회성이 낮을 것이란 기대도 나의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 싶다.
나는 세모가 ADHD를 안고 살아갈 삶이 어떨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 목표는 하나.
그렇기 위해서는 가르쳐주고 물려주고픈 것들이 남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금수저도 아니고, 집도 아니다.
세모가 보는 자신의 모습이 불편하지 않길,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고
바라볼 때마다 환히 웃으며
만족할 수 있길. 항상 기도한다.
그래서 난 세모에게 항상 자신을 1번으로 두는 법,
자신을 지키는 법,
자신의 부족한 면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을
가르친다. 내가 아이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세모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뭐야?”
예전엔 종이접기 색종이였다가
좀 커서는 우리 가족이었다.
“세모야, 다 아니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야. 그러니 모든 일은 널 위해서 생각해. 너에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생각하고 행동해. 생각하고 선택해. 네가 너무 소중하니까 건강을 위해 채소를 더 먹고,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게임이랑 스마트폰은 좀 더 멀리하는 거야. 너에게 좋은 걸 해. “
그래서였을까?
세모는 누구랑 놀던지,
놀지 못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자기 자신만으로도 너무 편하기에
행복하게 학교에 가고 단짝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느낀 외로움은 다 내 것이었다.
세모야,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해.
엄마가 너의 미래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히 아는 건
자기 자신이 편한 사람의 삶은
너무나도 건강하고 안락한 삶이라는 거야.
내가 너에게 가장 물려주고 싶은 건
자기 자신을 그대로 사랑하는 법
바로 그것이야.
*사진 출처- Metr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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