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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것'을 끊고 하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찝찝했던 이유

by 이사비나

미라클모닝을 해온 지 1년이 넘어간다.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모닝 저널을 쓰고, 독서하는 나만의 루틴. 미모닝을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은 차이가 확실히 있었다. 생각 중독자인 나는 늘 머릿속을 어떻게 비워야 하나 생각한다. -> 이것마저 생각이라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


내가 이 건강한 미모닝 루틴에서 딱 하나 고치지 못한 게 있었다.

바로 일어나자마자 인스타그램을 열어본 것.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독 자꾸 확인하게 된 건 사실이다. 이 콘텐츠는 얼마나 공유됐을까? 얼마나 저장되었을까? 팔로워는 이 만큼 늘었네? '숫자'로 보여주는 SNS 세상에 무뎌졌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였다. 쌓인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밀린 답장을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성장하는 뿌듯함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SNS가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말은 여기저기 떠도는 SNS의 글을 보면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타인의 삶을 클릭 한 번에, 단 5분 만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득일까 실일까. SNS가 아니라면 오프라인에서는 평생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인연이 닿기 어려운 사람의 인사이트를 이렇게 클릭 한 번에 배울 수 있다는 건 분명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침마다 나는 찝찝했다.

나처럼 특히 생각 중독자인 사람에겐 감당할 수 없는 생각 더미가 뇌를 짓누르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들여다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대화창은 좀처럼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알고리즘은 알고리즘을 타고 내 생각은 저 멀리 항해를 하게 됐다.


이 찝찝한 아침이 계속되던 어느 순간, 나는 끊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을 켜지 않기로 했다.

모든 할 일이 끝나고 내가 정말 답장을 할 준비가 되었을 때,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SNS를 들여다보는 일은 내 머릿속에 수백 명의 얼굴 모를 이들을 '초대'하는 일이었다.


처음엔 내가 멘털이 약한가 자책했다.

이미 스마트폰과 SNS가 멘털 헬스에 굉장히 해롭다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줌에도 나는 나 자신을 탓했다.


나는 여전히 인스타그램이 재밌다. 정성을 들여 만든 내 콘텐츠를 누군가 가치 있게 여겨주는 마음이 감사하고 뿌듯하다. 늘 혼자라고 여겼던 ADHD 부모로서, 전 세계의, 그리고 전국의 ADHD 부모와 연결될 수 있음에 고맙다. 나를 우울증에 빠지지 않게 해 준 건 분명 SNS의 순기능이었다. 좋은 이들과 연결되는 느낌.


하지만 나도 모르게 수동적으로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좋은 것 위에 좋은 것. 기준은 높아졌다. 그럴수록 열심히 만든 과정은 날아가고 대시보드에 남겨진 내 콘텐츠에 대한 타인의 평가만이 남았었다.



그래서 건강히 오래 함께 하기 위해 '끊기로' 했다.

적어도 아침에 눈을 뜨면 오롯이 나와 가족들만을 챙기기 위해, 타인을 내 생각에 초대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내가 초대하고 싶을 때, 연결되고 싶을 때, 마음을 나눌 에너지가 있을 때 초대하기로 했다.



팔로워 늘리는 법, 콘텐츠 바이럴 되는 법, 알고리즘의 법칙 등을 외치지만 누구도 건강히 오래가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만의 방도를 찾고 실천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눈 뜨면, 심호흡 3번과 명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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