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비나 Jan 19. 2023

내 아이의 뇌

내 아이가 a라고?

검사 날은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하루 보고 또 다음 주에 와서 다른 검사를 받아야 했다. 첫날에는 시각 주의력 검사와 인지능력검사를 했는데 아이에게 세모의 마음이 잘 자라고 있나 키랑 몸무게 재는 것처럼 검사해 보는 거라고 얘기해 주어서 아이는 밝은 얼굴로 2시간 40분의 검사를 마쳤다. 그날 검사실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이 맺혔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기준이 높은 엄마 때문에 멀쩡한 애가 고생하는 건 아닐까. 이 세상이 미래 인재의 적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자책감이 밀려왔다. 다음 검사를 갈 때는 병원을 미리 가서 병원 앞 코스모스 꽃들도 같이 찍어보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병원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사실 나를 위함이었다. 이 시간이 후회가 되지 않기를, 아이와 내가 이 사진을 보며 웃으며 추억할 날이 분명 와주길 염원하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 검사는 청각 주의력 검사와 뇌파 검사였다. 첫 번째보다는 1시간만 걸려서 금방 끝나 아이도 한결 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2주 뒤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또 오라고 하셨다.


휴. 워킹맘들은 자녀가 힘들어도 검사조차 받으러 오기 힘들겠구나 싶었다. 대학 병원 절차도 복잡하고 대기하면서 보내는 정말 황금 같은 시간이 그냥 술술 흘러가더라.


2주 뒤, 매번 아이의 adhd 진단 가능성을 부정해 오던 남편을 이끌고 교수님을 뵈러 갔다. 교수님께서 세모의 결과가 이러이러한 상황입니다. 설명하시면서 여러 가지 그래프를 보여주는데 지능이 다행히 높다는 얘기로 청심환을 먹이듯 안심시키시더니 노오란 포스트잇에 적어주셨다.


'adhd'

"세모는 adhd로 진단할 수 있겠습니다."


충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후련했다. 아 이제 다음 단계는 뭐지? 이제 뭘 하면 될까? 이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세모는 일단 지능이 높고(지능이 윕시 118점이었다. 상위 11퍼센트.) 취학까지 시간이 있으니 약을 먹지 않고 부모님께서 지도하며 기다려보죠. "

'약을 안 먹는다고? 생각보다 우리 아이 괜찮은가 보네?

그렇게 우린 약을 복용하게 하지 않고 우리 양육 방식을 수정해 가며 아이를 좀 더 조절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7살 세모는 참 밝고 시끄러웠다. 그 와중에 지능이 높다는 소리에 학습을 놓치기 싫어 아이와 실랑이해가면서 꾸역꾸역 수학 학습지를 시켰고, 영어 파닉스도 가르쳤다. adhd 아이들이 보통 선택적 집중을 하는데 아이가 다행히 학습은 좋아하여 수학이든 영어든 독서든 재미있게 몰입하여 해내줬다. 다만, 모르는 사람에게 "왜 머리가 하얀색인가요?" "아줌마는 여잔데 왜 머리가 짧은 가요?" "너는 몇 살이야?" 라며 충동적으로 묻는다던지 집에서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녀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잘 걸어서 '사회성이 매우 좋은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가 유아 티를 벗으니 성인 분들도 불편해하시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희망이 가득할 거야 그렇지?라고 세뇌를 하며... 7세를 꾸역꾸역 버텼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adhd 검사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민망하셨는지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서 상담하실 때마다 "세모는 아~무 문제없이 자알 지내고 있어요 어머님!" 하시며 우리 부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교사인 나는 알 수밖에 없다. 부모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 교사와 부모의 마음이 모두 편하다는 것을... 그래서 난 선생님의 마음을 안다고, 고생하시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항상 덧붙여 상담을 끝맺었다. 우리 아이는 말 그대로 정신없는 그런 7세를 무사히 끝마쳤고, 그렇게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이전 02화 아이와 함께,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