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에서 밝혀진 내 몸, 나의 삶(15)
최근 뇌과학자들이 밝히고 정의한 바에 따르면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神經可塑性)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새로운 경험 또는 손상에 반응하여 신경계가 구조적으로 또한 기능적으로 스스로 적응하고 재조직하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가 의과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러한 중추신경계의 능력은 어린 시절에만 국한된다고 여겨졌었다. 성장을 멈춘 어른의 경우 더 이상 재생하는 능력은 발휘될 수 없다고 배웠으나 이제는 인생 모든 시기 전체에 걸쳐 지속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의 뇌가 경험과 환경에 따라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나이가 들어도 뇌의 학습능력, 회복력, 적응력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가끔 60세를 넘으신 분들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거나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였다는 뉴스를 간혹 접하곤 한다. 심지어 89세에 대학교 학과 수석으로 졸업하신 분도 계시지 않았던가! 물론 신경가소성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만성통증, 중독, 우울증 같은 병적 상태를 강화하는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신경 가소성을 증가시키는 생활습관
나이가 들어도 뇌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니 이 어떤 희소식인가! 많은 사람들이 치매가 생길까 염려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약이 나온다면 기꺼이 큰돈을 드려서라도 사 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이전에 잠시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신경가소성을 증가시켜 우리의 뇌를 보다 더 젊게 유지하는 길에 대해 이제 좀 더 알아보자.
수녀분들에 대한 연구와 유대인들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 병리 변화(β-amyloid, tau 축적)'가 실제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 즉 ‘인지예비력(cognitive reserve)’이 뛰어난 사람들에 대한 보고들이 있었고 이들을 '임상적 잠복 알츠하이머병(clinically silent Alzheimer’s disease)라고 하는데 병리적으로는 질병이 나타날 병리적 변화가 있는데, 임상 증상(치매)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이 부분이 신경가소성과 관련되는데 이들에게는 인간의 의식, 사고, 창의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피라미드 세포가 비대해져 있는 것이 관찰된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이러한 인지예비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너 높아진 데에는 높은 초기 언어 능력, 높은 교육 수준, 복잡한 직업과 독서와 학습과 같은 지속적인 지적 활동, 활발한 사회적 참여, 규칙적이고 안정된 생활환경을 통한 낮은 스트레스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관여할 것으로 추측되었다.
우리 뇌는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게 대별하여 신경세포(neuron)와 신경교세포(glial cells)로 구성되는데 전자는 전기화학적 신호전달 체계를 사용하여 정보를 처리, 기억, 결정, 행동하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고 후자의 경우 신경세포에 대한 구조적 지지, 혈액 뇌 방벽(blood-brain barrier) 형성, 신경세포를 위한 생태환경 조성, 영양 공급, 면역반응체계수행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신경세포는 여러 가지로 분류하는 방법이 있으나 단순 형태적으로는 주로 감각 신경절(sensory ganglia)에서 발견되며 축삭과 수상돌기가 합쳐져 있는 단극 뉴런 (unipolar); 주로 특수 감각 기관 (망막, 후각 상피, 내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하나의 축삭, 하나의 수상돌기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오는 양극 뉴런 (bipolar); 가장 흔한 뉴런 유형이며,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전반에 걸쳐 신호 통합 및 전송을 담당하는, 하나의 축삭, 두 개 이상의 수상돌기가 나오는 다극 뉴런 (multipolar); 감각 수용기에서 중추 신경계로 신호를 전송하는, 돌기가 합쳐져 하나의 짧은 돌기만 세포체에서 나와 T자형으로 나뉜 거짓단극 뉴런 (pseudounipolar)으로 분류되는데 피라미드 세포는 이중 다극 뉴런에 속한다.
수천 개의 시냅스와 연결되어 다양한 신호를 받는 가지돌기(dendrites)와 이 신호와 이후의 행동 결정 정보를 피질등의 뇌의 다른 영역에 전달하는 축삭(axon) 구조로 이루어진 피라미드 세포는 입력-통합-출력의 전 과정을 한 세포 안에서 수행하는 뇌의 기본 단위이고 생각을 통합하여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 세포가 건강하고 유연하게 작동할수록, 우리는 더 깊이 생각하고, 잘 기억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다.
이 피라미드 세포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이 일어나는 주된 부위 일 것으로 뇌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학습할수록 가지돌기가 더 많이 자라고,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며 꾸준한 공부, 새로운 언어 배우기, 악기 연습, 새로운 동작, 춤 등 반복된 활동은 신경가소성을 촉진하여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높여준다. 좋은 습관을 반복하면 그에 맞는 신경 네트워크가 강화되어 긍정적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반면 나쁜 습관(예: 중독)은 뇌에 해로운 방식으로 신경회로를 강화해 병적 상태를 만들 수도 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하였던 것처럼 꾸준한 신체활동(유산소, 근력운동)은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 신경영양인자)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 생성과 연결을 자극하여 인지능력을 개선하고 기억력과 감정 조절,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운동이 해마의 크기를 증가시켰다는 이전 글을 다시 상기시켜 보도록 하자. 또한 친구, 가족과의 대화, 사회활동 참여와 같은 적극적인 인간관계 즉 건강한 소통은 뇌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높여준다.
이외에도 충분한 수면, 항산화물질과 오메가-3가 풍부한 식단, 설탕·트랜스지방을 피하는 식생활은 신경 연결과 회복을 돕고 가소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신경가소성을 저해하여 기억력 저하, 우울, 불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신앙생활, 명상, 심리치료, 취미 활동 등은 뇌의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이나 행동 생활방식은 뇌에 적절한 긴장과 자극을 주어 신경 가소성을 높이는데, 예를 들어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하거나 평소 하지 않던 동작을 포함한 운동, 항상 다니던 길의 경로를 바구어 보는 것과 같은 생활 패턴의 변화, 사람들과의 소통을 다양화하고 함께 대화하며 일하는 것을 해본다든지 하는 것과 같은 변화를 줘보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한번 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 학습이나 연습을 통해 신경 연결이 강해진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이러한 생활 습관 변화는 인지예비력을 키우는 중요 요인들이다.
이러한 신경가소성 개념에 대해 알게 됨에 따라 심지어 치매 환자에서도 재활 요법으로 도움을 주려하고 있고, 뇌졸중 환자에서도 강제 유도 운동 요법(constraint-induced movement therapy)과 같은 집중적인 기술 훈련을 통해 기능적 네트워크 재구성을 촉진하여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며 경두개 자기 자극(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이나 경두개 직류 자극(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과 같은 의료기술은 수술 없이 시냅스 효율에 영향을 주어 우울증이나 뇌졸중 후 운동 회복과 같은 증상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나이 들어도 젊은 뇌 만들기: 신경가소성의 비밀과 생활 습관
이제 염두에 두어야 할 결론의 말을 하도록 하자. 우리의 뇌는 우리의 마음먹기, 행동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건강한 변화를 습관이 되도록 훈련하는 것은 뇌 영양제를 사 먹는 것보다 좋은 일이다. 스트레스를 그대로 마음속에 담아 두는 것은 뇌신경의 가지를 잘라버리는 일이나, 성경에 기도록 된 것 같이 '항상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은 나의 뇌세포를 풍성하게 해 준다. 사람들을 관심하고 소통하면 뇌 나이는 젋어지니, 결국 우리 뇌 건강은 나 하기에 달렸다.
The neuroplastic brain: current breakthroughs and emerging frontiers」(Parisa Gazerani, 2025
Journal of Neurology (2025) 272:329
Brain Sci. 2025, 15, 400
Cureus 15(7): e41914.
감사의 글: 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이시며 대한민국한림원원장을 역임하신 임태환교수님께서 세심하게 감수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