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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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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Apr 24. 2024

벚꽃의 마지막

  한바탕 비가 내리고

  떠들썩했던 공원엔 발길이 줄었다


  나보다 해사하게 웃던 이들은

  꽃이 너무 빨리 떨어졌어 아쉬워했다


  내가 지고 잔가지에서 잎이 돋았고

  연두가 초록에 가까워질 때쯤 또 한 번 비가 내렸


  너 없이 매달려 있기는 너무 낯부끄러워

  바닥에 딱 붙어 말라 가는 내게 가늘고 긴 꽃자루가 하소연했다


  비바람이 불었

  너 역시 나 사라진 그곳에서 물기 없이 말라 갔다


  나와 같이 가자

  해가 서쪽을 넘으 말했고

 

  마침내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초록의 무성한 이파리들이 우리를 애도했다


  #비바람에떨어진꽃자루#꽃의사체#생의한가운데#생사불이#산다는건죽음을향해달려가는것#비그친오후#공원#산책#시라이름할수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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