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째 갈수록 마르냐

by 어슴푸레

친정에 가면 제일 먼저 듣는 말.

몸무게가 같아도 듣고, 조금 불어도 듣고,

티나게 빠져 있기라도 하면 "집에 무슨 일 있냐?"로 3단 변신을 한다.


마르다는 말의 쓰임에서 사물의 상태 변화가 보인다.

날이 좋아 빨래가 잘 '마르겠다'는 데서,

긴장했더니 목이 바짝바짝 '마른다'는 데서,

가뭄이 심해 강이 '말랐다'는 데서,

지갑이 '말라' 돈 한 푼 없다는 데서,

하도 울어 눈물이 다 '말랐다'는 데서,

볼 때마다 '말랐다'고 걱정하는 데서,

물기 없이 부피가 줄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물의 한 지점을 목도하게 된다.


살은 필요에 따라 뺄 수도 있고 저절로 빠지기도 하지만

몸이 마르는 것은 의지와 상관없다.

날이 갈수록 마르는 몸은

몸이나 마음에 또는 모두에 이상이 있음을 시각적으로 말한다.


그런 까닭에

"왜 이렇게 말랐어?"와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는 비슷하게 쓰여도 맥락이 다를 수 있다.

전자가 상대에 대한 걱정과 관심에서 한 물음이라면

후자는 상대의 성공적인 다이어트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에서 한 물음일 수 있다.


가족의 걱정을 듣지 않도록

최소한 몸이 야윈 상태까지는 가지 않도록

마르는 한이 있어도

언젠가 '몸이 나서'

"얼굴 좋아졌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촉촉하게 마음에 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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