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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Nov 23. 2024

까마귀가 썰매를 타고 논다고요?

까마귀머리는 '새대가리'가 아니다

    필자가 놀이를 연구하면서 경험해 본 대체적인 결론은 잘 노는 사람이 지능이 높고 행복도도 높다는 것입니다. 동물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 나쁜 걸 비하하는 표현으로 ‘새대가리 같다’, ‘닭대가리 같다’라고 표현하는데 조류는 실제로 지능이 낮습니다. 조류는 도망가다가 다급해지면 제 머리만 풀숲이나 땅속에 감추는데 웬만한 포유동물보다 덩치가 큰 타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몸에 비해 두뇌 용량이 지극히 작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조류가 하나 있는데 바로 까마귀입니다. 까마귀는 부리가 닿지 않은 반밖에 안 찬 물병 속의 물을 먹을 수 있는 영리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 이솝우화에도 등장합니다. 현대에 와서 과학자들이 실험해 보니 역시나 수천 년 전 까마귀와 똑같이 반쯤 찬 물병 속의 물을 돌을 집어넣어 마실 수 있습니다. 까마귀에 대한 많은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학습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붕 위에서 썰매 타는 까마귀

    ‘놀이는 지능순’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필자는 까마귀가 과연 놀이를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1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어느 가족이 촬영한 ‘지붕 위에서 노는 까마귀(Ворона катается с крыши)’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를 보면 눈이 내린 지붕 위에서 까마귀가 마요네즈 뚜껑을 이용하여 썰매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연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는데 까마귀는 썰매 타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합니다. 아이들처럼 썰매 타는 걸 즐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도 일정 정도 놀이를 합니다. 그건 대부분 성체가 되기 이전 생존을 위한 ‘사냥 연습’ 놀이입니다. 위 동영상 사례에 나타난 까마귀의 썰매 타기는 먹이활동과는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까마귀는 경사가 진 눈 위를 구르면서 놀기도 합니다. 또한 탁구공이나 둥근 물체를 부리로 굴리면서 놀기도 합니다. 무용 이론가로 유명한 헝가리의 루돌프 폰 라반은 노동과 놀이를 잘 구분해 놨는데, 노동은 에너지(먹이)를 얻기 위한 신체활동이고 놀이는 신체활동 자체가 목적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즉, 놀이활동은 에너지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신체활동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까마귀의 썰매 타기나 공 굴리기는 부리로 낚아채거나 쪼아 먹는 먹이활동과는 아무 상관없는 놀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까마귀의 지능은 7살 아이보다 높다

   그럼 까마귀는 지능이 높기 때문에 노는 것일까요, 놀이를 통해 지능이 높아졌을까요? 이건 마치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이 밝혀내기 힘들지만 양자의 관계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면서 지능이 발달되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까마귀의 지능이 높은 것은 '사회적 지능가설'과 '긴 유아기 가설'이 있는데, 까마귀는 어떤 동물보다 사회성이 뛰어나며, 새끼를 무려 4년 간이나 돌봅니다. 그래서일까요? 니콜라 클레이튼 캠브리지대 교수는 까마귀 지능이 7살 정도 된다고 하는데, 1998년 일본 도쿄의 까마귀가 호두를 깨 먹는 장면을 보면 7살이 아니라 어른인 필자보다도 지능이 높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침팬지처럼 큰 돌을 이용할 수 없는 까마귀는 주변의 지형지물이나 환경을 이용합니다. 까마귀는 호두를 정확하게 깨 먹기 위해 차가 다니는 도로에 호두를 떨어뜨립니다. 자동차는 까마귀 선조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산업화 이후에 등장한 문물이니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학습능력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까마귀는 또한 안전하게 호두를 깨 먹기 위해 도로 횡단보도에 떨어뜨립니다. 적색 불로 바뀌어 자동차들이 정지하면 까마귀는 깨진 호두를 안전하게 섭취합니다. 이런 행동이 나오기까지 까마귀는 주변 환경을 탐색하여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게 호두를 깨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수정, 보완을 거쳐 단단한 호두알 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것입니다. 호두는 두뇌발달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혜에 보답하는 까마귀

2015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신문기사

    뇌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즐거운 놀이를 하면 뇌에서는 도파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 행복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런 행복 호르몬은 뇌를 쾌적하게 하여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줍니다. 까마귀가 공을 굴리면서 놀고 썰매를 타면서 놀 때 까마귀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놀이는 지능 순인지 지능은 놀이 순인지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지만,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2015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보도된 기사 중 일부입니다. “어린 소녀는 어린아이들처럼 점심을 먹을 때 음식을 밖에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까마귀는 항상 음식을 먹었고 어린 소녀는 그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새 모이통을 설치했고 까마귀들은 감사의 표시로 모이통에 귀걸이, 반지, 단추 등의 선물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소녀는 계속해서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고 답례로 선물을 받았습니다. 몇 년 후, 엄마는 집에서 1마일 떨어진 곳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실수로 렌즈 캡을 잃어버렸습니다. 다음날 그녀의 렌즈 캡은 새 모이통에 있었습니다. 까마귀가 돌려줬어요.” 까마귀는 이처럼 사회성도 뛰어납니다. 그렇기에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되었듯이 까마귀는 사람 흉내도 잘 냅니다. 까마귀는 사람의 얼굴을 적어도 20년 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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