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조 Aug 24. 2022

기록의 시작

사랑으로 따뜻한 일상

  '브런치? 그게 뭐지?'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작가라는 직함을 부여하여 각자의 전문 지식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작가라는 말이 가진 힘은 내게 대단히 크게 느껴졌는데, 그것은 국문학과 학생이 심장 혈관 수술을 할 수 있다거나 초등학교 수학을 갓 배운 학생이 전 세계적 난제를 푸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생각되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의 경험이나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졌다. 그래서 처음 브런치를 접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설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혼자 결론을 내리면서 글쓰기는 내가 도달하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만 연발했을 뿐이다. 


  글쓰기는 나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학창 시절 공부에 지친 머리를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를 했다. 특히 펜팔이라고 하는 편지 주고받기에 심취하여 상당히 많은 글을 썼다. 편지글이었지만 쓸 내용의 순서를 생각하고 문단별로 같은 주제의 내용을 묶어내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글쓰기 연습이 되었다. 편지가 나의 글쓰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당시 교내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대회를 개최했다. 저학년이었던 나는 큰 기대도 하지 않았고 그저 주어진 주제에 맞춰 나의 생각이 잘 드러날 방법을 구상하느라 온 신경을 쏟았다. 며칠이 지나서 2위라는 성적이 발표되고 상장을 받았는데 그때의 감격스러운 마음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상을 받으니 왠지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가 붙었다. 딱히 꾸준하게 글쓰기를 계획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일기장을 구입해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글쓰기로 이어졌다. 형식도 따로 없고, 매일 써야 하는 의무도 없고,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할 수 있는 일기는 학창 시절 동안 다소 기계적인 글쓰기로 변질되던 나의 글에 감성을 더하고 솔직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군 시절에는 일기 쓰기에 덧붙여 외부와 소통하기 위하여 많은 편지도 썼다.


  학업에 바쁜 청소년기와 대학시절보다 오히려 글쓰기를 못하게 된 것은 대학 졸업 이후였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직장 생활과 가정을 꾸리는 일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동적인 활동을 다양하게 즐기면서 글을 쓰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가정생활은 모든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개인적으로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점점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으로만 생활하고 있을 때, 우연히도 인스타그램이라는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소통창구에 대해서 잘 꾸며진 사진들로 이루어진 자랑을 위한 도구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만의 생각을 사진과 글로 가볍게 작성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재를 바탕으로 글을 썼으나 글쓰기가 이어지면서 심오한 고민이나 삶의 태도까지 쓰게 되었다. 반복되는 글쓰기를 통해서 연민과 사랑, 따뜻한 인간관계와 같은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글 안에 녹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통을 하는 사람들의 댓글이나 메시지도 나를 더욱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 사랑, 온기


  인스타그램에 글을 하나씩 써 내려갈 때마다 내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고민의 결과를 브런치로 옮겨볼까 한다. 작가로서 인정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하나씩 차분하게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나의 온기가 조금씩 자라고 그런 온기를 퍼뜨릴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온기를 느끼는 독자가 하나 둘 생기고 그렇게 작고 조용하게 시작된 온기가 서로 연결되어 거칠고 차가운 세상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철되어가는 각박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며 타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가 격려와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