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수선한 날이 있다. 직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계획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해서, 또는 계획에 없던 번거로운 일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인간관계가 어긋나는 등의 일로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익힌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때이다. 오늘은 연필깎이로 마음을 달래 보려 한다.
먼저 커터칼과 연필 한 자루를 준비하고 연필 부스러기 모을 종이를 책상 위에 살포시 펼친다. 커터칼날을 적당한 길이만큼만 꺼내야 하는데, 너무 짧으면 연필이 제대로 깎이지 않고 힘만 들며, 너무 길면 커터칼날이 부러지면서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커터칼을 한 손에 살포시 그러쥐고 칼날을 바깥으로 향하여 연필 깃 위에 올린다. 이때 어수선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하나 둘 사라지며 오직 연필을 잘 깎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 남는다. 얼마나 적당한 힘을 손에 주고 부드럽게 칼날을 움직일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리며 조심스럽게 칼날을 전진시킨다.
정성스럽게 칼날을 앞으로 밀며 연필의 나무가 깎여 나가는 모양을 눈으로 확인한다. 급할 것도 없다. 그저 칼을 쥔 손은 앞 뒤로 칼날을 움직이며 연필을 깎고 연필을 쥔 손은 한 방향으로 연필을 돌리며 연필의 깎아내야 할 부분을 천천히 칼날에 마주하게 한다. 어수선한 마음이 남았다면 조급함으로 이어져 실수를 하게 된다.
손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나무가 움푹 파여서 전체적인 모양이 비뚤어지거나, 연필 깃 부분이 매끄럽지 않고 거칠어진다. 움푹 파인 깃을 고르게 다듬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도저히 수습을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과감하게 힘을 주어 잘못 깎여진 부분에 맞춰 전체를 다시 깎아야 한다. 작은 물건이지만 정성을 기울여 깎을 수 있도록 어수선하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연필처럼 작은 물건도 정성을 기울여서 손질해야 한다. 연필 조차도 이렇게 마음을 다듬고 정성을 기울여서 깎아야 하는데,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은 어떻겠나 떠올려 본다. 작은 실수야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수습할 수 있겠지만, 되돌릴 수 없는 행위로 그 가치를 크게 잃으면 마음 속상한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일과 물건을 망치고 잃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으로 흐름을 이어간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알 것 같지만 또 알기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표현하라고 배웠다. 올바른 관계 형성을 위해서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 사람에게 하는 실수는 작고 크고를 가리지 않는다. 작은 실수로도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모습을 많이 보고, 또 많이 경험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마음을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동안 잘 챙기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간단하지만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낸다. 목소리가 듣고 싶은 사람과 통화를 한다. 짧은 문자 몇 개로도 이렇게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니 신기하다.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비록 통화가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낸다. 지금 당장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들에게 인사와 안부를 묻자.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