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 바로 Diversity다.
나의 인생 중, 속한 세계가 넓어지면서 '다양한'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3번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지방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서울로 대학을 갔을 때이고, 두 번째는 첫 직장을 입사했을 때, 마지막은 캐나다로 이민을 왔을 때이다. 뒤로 갈수록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다른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레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게 된다. 유유상종, 초록동색, 동성상응, 물이유취. 결국은 비슷한 사람을 만나 끼리끼리 어울리게 된다는 말들이다. 이는 개인의 선택도 있겠지만 환경이 주는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서울로 대학을 입학하며 만난 친구들이 각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입시제도를 거쳐 모였다 한들, 20대 초반 비슷한 나이에 특히 같은 전공이라면 관심사도 비슷할 확률이 높다. 그중에서 나와 친분을 쌓게 된 친구들은 더더욱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첫 직장을 입사했을 때와 캐나다로 이민을 왔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을 통해 만난 이들은 각자의 역사와 배경이 있다고 하지만 IT분야에 밀접히 연관된 사람들이라 큰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안정과 친숙함을 느낀다.
캐나다에서는 다양함의 범위가 조금 더 넓은데 특히 인종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다양하다. 이곳은 다양한 이민자가 모이면서 어느 한 인종이 주류(majority)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한국보다 더 개방적이기 LGBTQ+등 '성소수자'를 만날 기회가 훨씬 많다. 무엇보다도 생소한 것은 이러한 다름과 다양성을 지지하고 추구한다는 것이다.
입사 후 팀 회의에서 다양한 ERG(Employee Resource Group)가 있는데 팀 차원에서 각 ERG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자원자가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사내에는 Asian, Black 등 각 인종은 물론, Women, LGBTQ+등 성과 성역할에 대한 ERG가 있었고 그 외에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평등(Equality), 포괄적 참여(Inclusion)에 대한 그룹과 활동이 있었다. 현재 우리 팀에서 각 분야마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액션아이템은 무엇인지 몇 번에 걸쳐 회의를 할 정도이니, 나에게는 새삼 큰 충격이었다.
다양성(Diversity)은 그때 다룬 주제 중 하나로, 실제로 우리 팀에는 남성, 그리고 특정 인종에 치우친 경향이 있으니 다음 채용에는 이를 고려하자는 이야기가 우세였다. 예를 들어 두 명의 지원자가 있고 그 둘의 실력과 잠재 가능성이 같다면 동양인 여성과 같이 팀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지원자를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성적취향에 대해서는 더욱 개방적이고 지원이 많다. 예를 들어 대화에서 개인의 성적취향을 드러내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wife/husband/girl friend/boy friend 보다는 partner를 자주 사용하고, 성별에 상관없이 they/them 등으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성적취향에 대해 먼저 묻는 일도 전혀 없고, 알아도 사실 별로 관심이 없다.
또한 현 직장의 경우 성전환치료(Gender-affirming care)를 위한 별도의 지원비용이 있고, 실제로 이를 통해 성전환을 한 동료도 있었다. 내가 입사 후 연봉협상 등 내부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 도움을 주었던 채용담당자였는데, 당시 생물학적 남자였으나 2주 휴가를 내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이후 공식적으로 자신을 여성으로 불러 달라는 공지를 했다.
한국의 많은 기업이 다양한 성별 혹은 다양한 지역 출신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내가 근무했던 전 직장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 시 전공무관으로 다양한 인재를 채용해 입사 후 교육을 시키곤 했는데 실제로 IT는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서비스하므로 이를 기획/개발하는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임직원이 도움이 되었으리라.
인종적인 부분에 있어서 한국은 아직 한국인의 비율이 월등히 많기에 다른 인종을 받아들일 기회가 캐나다나 미국보다는 적다. 그렇다 보니 비주류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가 부족할 수 있는데, 타국에서 비주류로 살아보니 그 삶이 녹록지 않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한국도 여러 이유로 점점 인종적으로, 성적 취향적으로도, 혹은 다른 분야로도 더욱 다양해지는 만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지지하기 위한 변화가 많아질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그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남과 달라 고민하는 사람들이 덜 고통받고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