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우리 집 대표로
저녁을 마치고 시간이 많이 지나 잠자리 준비를 하려는데, 어머니(80년대에 미국이민을 계획하신 적이 있어 알아보니, 어머니는 영주권이 바로 나온 다해 우리보다 안정적인 이민생활을 하시고 계셨다)가 흥분한 목소리로 밤마실 나가신단다. 아파트의 한인들이 모여 Sardine(정어리)를 잡으러 나간단다.
이 밤중에?
보름달이 차는 3월부터 해변에 알을 낳으러 올라오는 정어리를 합법적으로 잡을 수 있단다. 허용되는 도구는 담아갈 bucket only 그리고 맨손.
아이가 어린 탓에(8시면 취침시키라는 학교의 지침을 따라) 우리 부부는 일찍 잠에 들고, 어머니 혼자 집대표로 나섰다. 동네반장 격인 '밥집' 부부의 minivan에 끼어 타시고, 북쪽의 Santa Maria부근의 해변까지 출장을 다녀오셨다. 생전 처음 보시는 달빛 아래의 장관에 흥분과 경이를 아들부부에게 그대로 재현하고 싶으신 게다.
정어리가 산란차 해변에 서면 달빛에 빛나는 수만의 정어리 떼가 물결처럼 흔들리고, 산란이 끝난 놈들만 뛰어 들어가 일제히 손으로 낚을 수 있단다. 여기저기 쏟아내는 흥분과 기쁨이 절로 전해진다(입에서 흥분의 미소가 가시지 않던 감탄으로 설명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연신 떠오른다).
몇 번을 비누질한 손에는 여전히 비린내가 남아있는 기분이고... 다 잡으신 후 어머니 몫은 다른 분께 그대로 드리고 오셨다고.
LA의 봄은 이렇게 정어리와 함께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