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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25. 2021

#12.집주인할머니와의 가드닝 대결

#12. 집주인할머니와의 가드닝 대결

테라스에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한 집주인 할머니의 화분들vs그 옆에 지지 않고 오늘도 커나가는 나의 식물들. 

가끔 옥상에서 만나면 각자 키우는 식물과, 열매를 노리는 까마귀, 참새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꽃 피운다. 

사실 이렇게 대화를 열심히 하는데에는  나의 검은 속내가 있었는데..



작은 빌라에서 같이 쓰는 공용 테라스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나와 집주인 할머니뿐이다.

4층에 4가구가 함께 쓰는 공용테라스에서 다른 사람들을 그 공간을 빨래를 널고,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모아놓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한다.  


나는 작년부터 상자 텃밭을 분양받아 상추를 키우고, 고추를 심고, 방울토마토를 열매 맺고, 까마귀와 싸우고, 벌레와 전쟁하고 처음으로 농약을 살포하며 식물과 함께 4계절을 보냈다.


그리고 한 번 집주인이 바뀌고 이사 온 할머니는 식물을 정말 잘 키우신다.

키우는 식물 족족 어찌나 크고 잘 자라는지.. 자본주의로 자라는 나의 식물들이 부끄러워질 정도다.


옥상에서 물을 주다 마주치면 집주인 할머니를 마주치면 왜 꽃이 안 피는지, 키우는 식물을 무엇인지, 얼마전 까마귀가 방울토마토를 따먹은 이야기부터 식물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실 시시콜콜하고 식식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 치는 나는 검은 속내가 있었다.

전세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할머니와 친해져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값을 많이 올리시지 않기 바랬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월세가 급격하게 오르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화하는 비율이 높았었다.)


그런 마음에서 같이 나비란 나눔도 하고, 깻잎 키우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두세 계절을 보냈다.


그러다 올해 4월 전세만료 시점에 전세금 인상 없이 연장을 하게 되었고, 고마운 마음에 할머니께 장미꽃 화본을 하나 사드렸다.


그동안 감사했고 잘 부탁드린다고. 


좁은 집이지만 공용테라스에서 식물을 키우며 계절의 변화를, 빗물의 소중함을, 햇빛의 따뜻함을

알게 된 나의 4계절이 지나고 나는 다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작은 방에서 여전히 답답해하지만 심어둔 토마토의 성장을 보며 기뻐하고, 애플민트를 수확해 모히토를 마시며 작은 즐거움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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