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스펙'순이 아니잖아요

나로 살기 위해 '아모르파티'

by 기역


혼자 살고 싶어요.
사람 목소리 안 들리는 곳에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행복이 무엇일까.

실체 없는 허상을 쫓기도 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행복이 다르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다.

내게 행복은 '방해받지 않는 고요함'이다.

고요할 때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은 결코 홀로 고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작은 기업의 편집 디자이너로 일했다.

나 혼자 내 작업물만 만들어내면 되는 게 아니었다.

일을 하는 시간은 몰입하는 고요한 시간이 아니라,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부름에 응답해야 하는 부산스러운 시간이었다.


행복을 찾아 회사를 나온 지 2년 8개월,

전보다는 낫지만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다.

고정 수입 없이 번 돈을 소진하면서, 조금씩 벌어들이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퇴사로 시간적 자유를 갖게 된 후 가장 많이 갔던 곳이 서점이다.

에세이를 낸 작가님들이 부러웠고 나도 에세이를 쓰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러려면 내가 외면해 온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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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내가 지나온 내 운명은 리셋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다.

가정 불화로 불안했던 시간들,

학교폭력으로 괴로웠던 10대,

우울증과 강박증에 시달렸던 20대,

집도 절도 없이 방황하는 30대.

항상 안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세상이 유독 나에게 불친절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상대평가의 나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가 어떤 사람보다 뭐가 낫고 뭐가 못한 지 늘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어떤 나이에 가질 것이라 사람들이 예상하는 걸 갖지 못하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소위 스펙이라는 것으로 지금의 인생을 줄 세우기 하면 나는 뒤에 서있다.

고요함 속에서도 내 마음이 행복할 수 없었던 건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었다.

남보다 부족하게 가졌다는 사실이 행복이 오는 길을 가로막도록 방치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던 영화 제목처럼, 행복은 스펙순이 아니다.

내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다.

각자의 행복이 있을 뿐이다.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보며 부화뇌동했다.

나도 저렇게 되도록 노력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인생이 짧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길다고 말한다.

앓던 병이 없어도 죽음은 느닷없이 급습한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른다.

나의 자연사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엔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싶다.


내가 나를 긍정할 수 없었던 건 나조차 나를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직면하고 내 운명을 사랑하기로 했다.

아모르파티 Amor Fati.

나를 사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을 써보려고 한다.


*내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 첫번째로 해야할 것

외면하고 싶은 내 과거와 마주하고 밖으로 꺼내놓기



글쓴이/그린이: 기역

@grim_giy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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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