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이 쌓여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들국화 '걱정 말아요 그대'
새해가 되기 전 1년 치 일기를 쭉 훑는 게 나의 연말 의식이다.
24년도 일기에서 나와 연결고리가 끊어진 사람들을 봤다.
어떤 헤어짐은 어이없기도 했고, 또 어떤 헤어짐은 미안하고 아쉬웠다.
이제는 연락하기 머쓱할 것 같은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지나갔다.
회사 밖에서 살아남아 보겠다고 버둥거린 지 3년,
일상적이면서도 때론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이런저런 대화들이 사라졌고
나의 사회성은 저점을 찍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했던 건 부족해진 사회성을 모임으로 충전하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단발성 모임 활동에 참여했고 내가 의지했던 어떤 모임이 있었다.
직업도 나이도 밝히지 않고 서로에게 충고나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가진 모임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다른 모임보다 그 모임 안에서 평가의 말을 더 많이 들었다.
내가 그 안에서 기대했던 게 신기루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그 모임을 나왔다.
인간관계라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뭐 뾰족하게 다르리라 생각한 내 잘못이지.
기대를 가진 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모임을 나오거나 사람을 떠나는 순간은 그 패턴이 비슷한 것 같다.
기대 대비 큰 실망감,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
내가 떠나온 관계 중에 내가 잘못 판단한 관계들도 있을 거다.
그러나 나도 고민 끝에 내린 결정들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래서 더 이상 미련이 남는 관계는 없다.
미련을 가져본 적도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요새 사람들은 지나가는 인연을 '시절인연'이라 부르는 것 같다.
요즘엔 나가는 모임도 없어지면서 다시 저점이 됐다.
사람이 그립지 않을 수는 없다. 가끔은 사람들 속에 뒤섞이고 싶다.
그렇지만 구태여 사람들과 연결되려고 너무 애쓰지는 않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기대를 내려놓기로 했다.
외로울 때 사람에게 기대는 건 목마를 때 마시는 소금물 같다.
채워지지 않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채워지는 게 먼저다.
내가 나를 스스로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상태여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지나간 인연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