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 모든 것이라는 신념의 족쇄에 나는 거머쥐어야 하는 것도,
조그마한 용기만 있다면 거머쥘 수 있는 것도 흩어지게 내버려 두는데 머리가 뱅뱅 돌고 입에는 꽃이 피어난다
'내가 지금 가진 게 전부다.' 혹은 '나는 그뿐만이 아니다.'라는 경거망동에 몸은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어쩐지 피가 나야 할 것 같은 입에는 꽃이 만개한다
잘못을 하고, 잘못을 하지 않은 것도 어쩐지 오늘따라 살겹을 한 꺼풀 벗겨내는 듯 실감 나는데
증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정말 그러고 있으면서 어쩐지 그것이 구슬프다
감정의 나눔을 거부, 이성의 통찰을 거절. 남는 것은 영성(靈性)의 감각이었다. 단절에서 획득했다
거절과 거부의 실이 내 몸을 칭칭 감아 숨 쉴 수 없을 때쯤
그 사이의 감각, 그리고 그 사이를 만들어내는 양극의 끌림은
평면에 선을 쌓아 지도를 그려낸다
단절을 끌어올려 만든 대지의 촉각은 온몸을 긴장시켰다
고원이 일어난다.
여러분들은 자신의 힘이 깨어나는 경험, 또는 내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그 순간을 글로 기록해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 조각글 <꽃, 그리고 고원>이 그 기록 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글이죠.
사실 이 글을 어떻게 쓴건 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그냥 누가 저를 이끄는 대로 저 멀리서 쏟아지는 영혼의 빛을 그대로 받아적은 느낌으로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확실한 건 저는 당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물러설 데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때를 계기로 저는 글쓰기를 영혼의 치유터로 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글쓰기는 한 차원을 넘나드는 일이 아닐까를 그 때 안거죠. 우리가 읽는 유명한 고전, 명작들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건너오는 것 처럼요.
‘글쓰기는 각인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영혼에 뜻을 새기는 마음으로 글을 쓰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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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로 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