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로 Jan 08. 2024

내 동생은 간호사

시 #11


이 어린것이 매번 사람을 살리고 온다


야무지고 동근 손끝으로

사람이 목숨줄을 쥐고 애쓰는 흔적을 수없이 닦고

또 닦고 가지런히 하는 일을 하는다


죽고 사는 일에 있어서

사람이 얼마나 나약하고

얼마나 억척같은지


작고 단단한 손끝

그 손끝으로

두드리고 또 두드려보며


가까스로 숨 쉬는 미미한 생명력을 가늠하고 또 가늠한다


환자 본다고 그 좁은 공간을 매번 바쁘게 쏘다니다

오늘도 만 보 넘게 걸었다고 풀풀 거리고는

제 퉁퉁 부은 발바닥과 종아리를 주무르다

픽 쓰러지듯 잠에 든다


쿨쿨 자는 속눈썹 아래

오늘 하루 지낸 고단함이 오롯이 그늘지는다

보고 있자니 속이 텁텁하다


눈 감고 잠자는 시간만이라도

매일 보살피는 생명만큼

네 지친 몸과 마음도 잘 살폈으면


네가 매일 두드리는 사람들 마음보다

네 맘에 작게 울리는 요동 하나

놓치지 않았으면.



bkksg.com

_이로 글



이전 07화 고도 위에 피어난 꽃 한 송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