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로 Feb 18. 2024

고도 위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시 #22

이야기 절정에 서 있는 나는

슬픔 내리쬐는 이 고도 위

단 한 사람 손을 잡고 서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황량한 사막인지라

모래 아닌 땅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몸뚱아리 으스러지도록

갈라지고 메말라가며

이곳 부는 바람이 무언지도 모른 채

모래 알갱이만 연신 쏟아내 왔다


고도 위에서

나는 이제

단 한 사람 손을 잡고 서 있다


꽉 쥐어 잡은 이 손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황야 모래폭풍 속

유일하게 구한 손이다


무너져

모두가 무너지고 무너져내려

송두리째 모든 색깔들이 사라지고 마는

내 우주에서

유일하게 숨이 달린 것이었다


내 비극의 절정아

생명의 미약한 불씨 다 타고 흩어져

탄식이 내리쬐는 이 고도 위

유일하게 빛나는 태양 되어라!


내 비극의 절정아

맞잡은 이 고사리 손

홀로 황량한 이 고도 위

끝내 피어낸 꽃 한 송이 되어라!


기어코 새 바람이 부는다



bkksg.com

_이로 글


이전 06화 뭍과 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