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2
이야기 절정에 서 있는 나는
슬픔 내리쬐는 이 고도 위
단 한 사람 손을 잡고 서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황량한 사막인지라
모래 아닌 땅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몸뚱아리 으스러지도록
갈라지고 메말라가며
이곳 부는 바람이 무언지도 모른 채
모래 알갱이만 연신 쏟아내 왔다
고도 위에서
나는 이제
단 한 사람 손을 잡고 서 있다
꽉 쥐어 잡은 이 손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황야 모래폭풍 속
유일하게 구한 손이다
무너져
모두가 무너지고 무너져내려
송두리째 모든 색깔들이 사라지고 마는
내 우주에서
유일하게 숨이 달린 것이었다
내 비극의 절정아
생명의 미약한 불씨 다 타고 흩어져
탄식이 내리쬐는 이 고도 위
유일하게 빛나는 태양 되어라!
내 비극의 절정아
맞잡은 이 고사리 손
홀로 황량한 이 고도 위
끝내 피어낸 꽃 한 송이 되어라!
기어코 새 바람이 부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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