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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Apr 15. 2022

습관적인 번아웃 벗어나기 연습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무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연습의 필요성



생각해보니 이전 직장에서 번아웃이 오지 않았다면 지금 캐나다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번아웃이 오고 모든 것이 버거워질 때서야 태어나 처음으로 내 자신이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궁금해졌다. "나 진짜 왜 열심히 살지?", "나는 왜 조금이라도 쉬면 불안하지?", "나는 왜 쉬고 싶어 하지 않아 하지?". 정말로 궁금했다.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 청년들, 아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왜 매일같이 열심히 살아야 하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불안해하고 뒤처진 것 같아서 또다시 달리고 달리며 지치고 쓰러지고 정신과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릴까. 사회적 제도, 가파른 성장, 노후를 직접 챙겨야 하는 국민 복지의 부재 등등 어떤 문제로 우리는 그리고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던 걸까.


이런 내 모습이 안쓰럽고 억울했다 그리고 번아웃을 안 오게 하는 방법을 모르는 현재 상황이 더 당혹스러웠다.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기 마련인데, 번아웃은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 도저히 모르겠었다. 그래도 아주 다행인 건 지금은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오래전 우리나라가 한 번에 가파른 성장과 발전을 한 것처럼, 뼛속까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학교 시절 과제를 하든 회사에 다니며 직장인이 되어 일을 처리할 때도 나는 언제나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가며 성과를 내는 데에 최적화되어있었다. 심지어 이 마약 같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어 끊기 어려웠고 결국에는 번아웃을 초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이제서라도 천천히 조금씩 걷고 성취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 더 중요하게는 업무든 취미든 그 무엇이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일을 거부하고자 한다. 대체되지 않는 직장인, 초고속 승진, 초등학생도 한다는 코딩, 요즘 핫한 NFT, 부캐와 부업 등등 사회가 말하는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알아야지' 하는 슬로건에 나를 가두어 열심히 사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번아웃이 올만큼 힘들게 한 달 동안 일하고 3개월을 시름시름 앓기보다는, 4개월 동안 매일 조금씩 버겁지 않게 일을 잘게 쪼개어 여유를 가지며 오래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지만, 조금씩 천천히 길게 일과 삶을 음미하며 지낸 지 2주가 지났다. 다행히도 '번아웃 벗어나기' 프로젝트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팁을 공유하자면,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그 어떤 일이든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그날은 하지 않고 나를 달래는 날로 온전히 보낸다.


2. 큰 목표가 있다면 이를 아주 잘게 잘라서 지속적으로 실천에 옮기도록 한다.


  예시 ) 오늘 밤 요가 30분 하고 자기 => 퇴근하고 방에서 요가매트 깔기
  예시 ) 블로그 방문자수 UP을 위해 글 30개 이상 올리기  => 하루에 딱 1개만 블로그에 글 올리기
  예시 ) 불어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해서 자격증 따기 => 매일 10분짜리 불어 강의 딱 3개씩 3개월 듣기


3. 단 한 방에 목표를 이루고자 무리하지 않고, 잘게 쪼개어 목표에 다가가기.
  예시) 주한미군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 지원서 작성하기
=> 3월 첫째 주 : 지원서 목차 파악하기 / 3월 둘째 주 : 지원서 1/2 작성 / 3월 셋째 주 : 차주 남은 1/2 부분 작성 및 제출하기

옛날의 나였다면, 공모전이 있거나 프로그램에 지원해야 하는 지원서 혹은 회사 지원서를 딱 하루 혹은 이틀 날을 잡고 제출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결국 다시 번아웃을 마주할 것을 알기에 매일 같이 천천히 가자고 나를 설득한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니까 다행히도 번아웃은 찾아오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병처럼 재발할 수 있는 번아웃을 방지하고자 스스로 아래와 같은 5계명도 만들어봤다.


첫째,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기

둘째, 무의식적으로 힘 빼기

셋째, 사회가 강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내 갈 길 가기

넷째,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껴주기

다섯째,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하루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느끼기


이렇게 나는 매일 이곳에서 번아웃에서 벗어나 천천히 걷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어쩌면 번아웃은 나를 사랑하면 극복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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