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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Apr 16. 2022

언어를 배우기 가장 좋은 도시에 삽니다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쓰고 배우기 좋은 환경


퀘벡 그리고 내가 사는 도시의 어느 곳을 가서 360도 삥- 둘러보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영어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교통 표시판도 불어, 편의점에 가도 불어, 계산을 하고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도 모두가 불어를 사용한다. 오히려 영어를 사용하는 나를 보면, 현지인들은 놀라거나 회피하거나 혹은 어쩔 줄 몰라한다. 생각 이상으로 여기 사는 캐네디언들은 영어를 두려워(?)한다. 내가 영어를 사용할 때, 그들의 표정은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함과 동시에 자신이 영어를 못해서 미안하다는 답변을 해준다. 지금 이 상황이 매우 익숙하지 않은가?


지금은 예전보다 한국인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수준 또한 높아졌지만, 옛날만 해도 한국인이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 자신이 영어를 잘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창피함을 느낀 사람이 대다수였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와서 느낀 것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영어 혹은 외국어를 대할 때 우리처럼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같고 '나만 이런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누구든 그렇다'라고 생각하며 언어 공부와 목표를 이루기를 응원하고 싶다.


마케터에서 통역사가 된 나를 보며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언어를 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어떤 환경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러면, 나는 딱 2가지 환경이 조성되면 언어를 쉽게 늘릴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환경이라고 대답한다. 첫 째로는 외국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 있을 것. 둘 째로는 오늘 배운 외국어를 당장 내일 써먹을 수 있는 환경에 있을 것. 이 답변을 쉽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유튜브에서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 아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퀘벡에서 살기 위해 마치 어릴 적 알파벳을 배우듯이 여기서 불어를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역사로 퀘벡에 도착하자마자 이곳 현지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전체 인구 중 20%만 영어를 구상할 줄 알고 그 외에는 모두가 불어만 구사 혹은 불어 구사와 함께 아주 기초적인 대화만 영어로 가능한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이는 내가 직접 체감한 다소 주관적인 추정치이니 참고만 할 것) 내가 불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말로 살기 위해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불어의 특정 단어가 아름답고 단어가 예쁘고 파리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갖고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나도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그리 로맨틱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8시에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공장에 출근해서 오후 4시까지 일을 한다. 대부분 같이 일하고 통역을 맡는 현지 사람들의 직급 정말 다양하다. 현재 제품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독일에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PM), 캐나다 공장 안에서 전반적인 스케줄과 사람을 관리하는 담당자,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엔지니어, 전기 파트를 담당하는 일렉트리션 외 일을 주면 실제로 공장 안에서 일을 하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심지어 나는 대학교도 문과가 아닌 예술대학교를 나왔는데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기계공학, 프로그램 단어를 통역하고 배워간다. 믿거나 말거나, 통역을 맡은 현지 사람들 중 고위 담당자을 포함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20%도 안 된다. 현지 담당자분들 같은 경우, 다양한 외국 프로젝트를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어 수준이 월등히 높으나 현장에서 직접 일에 대한 지시를 내려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불어만 알아듣고 얘기한다. 물론 종종 영어과 불어를 잘하는 현지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3중 통역(한국어-> 영어-> 불어)이 일상으로 이루어지지만, 영어로 대화가 안 되는 현실에 처음에는 큰 충격과 좌절이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게 현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있는 현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내가 불어로 배워서 조금 더 원활하게 소통을 하도록 돕는 중간역할자가 되는 것이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영어로 대화가 되고 일은 원활하게(희망하건대) 잘 굴러가고 있지만, 조금 더 현지 사람들이 한국사람들과 일하며 조금은 편하고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도와주고 싶었기에 불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거 같다. 실은 이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도시의 식당, 빵집을 가도 거의 모두가 불어만 쓸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변해야만 했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3개 국어를 얼떨결에 구사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 불어를 영어처럼 잘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은 회화 정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도 적어도 이제는 식당에 가서 '음식 주문', '계산하기', '가격 묻기' 정도는 기똥차게 해낼 수 있다! 이게 어딘가! 역시 사람은 절박해야 무언가를 배우는 것인가. 그래도 이곳에서 와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지만, 빠르게 불어도 영어 실력도 늘릴 수 있었던 이유와 퀘벡에 언어를 배우기 가장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퀘벡, 언어를 배우기 가장 좋은 도시인 이유

1.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어를 많이 쓰고, 스스로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은 영어를 못한다고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겸손한 사람도 있다. 그래도 상대방도 영어를 잘 못하고 나도 못한다고 전제를 했기에 오히려 나의 낮은 영어 수준으로 더 당당하게 막 던지며 얘기할 수 있는 기회)

2. 기본적으로 캐나다인들은 경청하려는 자세가 되어있다.


(아직 관광지스러운 퀘벡은 가지 못하고 시골스러운 퀘벡에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의 생김새가 이곳에서 흔한 생김새도 아니고 영어만 할 줄 아는 것을 알기에 나의 말을 하나부터 끝까지 들어주려고 한다. 혹여나 영어를 이해 못 해도 부담 갖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며 말해도 된다고 말해주며 긴장감 또한 낮추어주려고 하는 아주 젠틀한 사람들이 많다 - 물론 내가 만난 사람들만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3. 불어를 공부하면 바로 다음날에 그 단어가 들리고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이건 불어뿐만 아니라 어느 외국어를 배우든 해당 언어가 매일 쓰이는 환경에 가면 있을 법한 일이다. 그래도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불어를 공부하고 집 밖을 나오면 실제로 해당하는 단어들이 보이고 들려온다. 어제 배운 불어 단어 중 어려운 발음이 있다면, 출근해서 공장에 있는 착한 친구들에게 우선 배운 단어를 최대한 불어식으로 목에서 침 끓는 소리를 내며 말해본다. 그러면 진짜로 알아들으면, 기쁨을 형용할 수가 없다. 만약 못 알아들으면 들릴 때까지 말해보거나, 발음 교정을 슬며시 부탁한다. -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친구들이 공장에 있었던 거 같다.)

4. 통상적으로 캐나다인들은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캐나다인들 중에서 남자분들이 특히 대화를 한 번 시작하면 엄청 길게 많이 하는 편인 거 같다. 일 얘기를 하려고 만나도 1분이면 될 일을 10분~20분 동안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 물론 근황을 묻거나 농담을 던지는 내용 모두 포함해서다. 이처럼, 말이 많고 말을 하고 소통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기에 대화는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길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내가 배웠던 단어와 불어 문장을 사용해보려고 한다. 더불어 먼저 무례하게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거나 하지 않기에 조금 더 자신 있게 전 날에 배운 문장을 사용해보려고 노력했다.)


5.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불어 실력이 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어제는 현지인 친구와 심지어 통역을 도와드리는 한국 회사의 대표님도 불어 발음이 좋고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었다. 초기에는 영어 말고 할 수 있는 불어가 Salut!(안녕-반말)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에 공장 안에 들어가면, 현장을 담당하는 꽤 높은 팀장 Danny(대니)에게 매일 불어로 안녕이라고 볼 때마다 인사를 했다. 약간은 무례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불어를 배우려고 하는 내가 귀엽고 응원하고 싶었던지 덩치도 엄청 큰 대니는 늘 항상 웃으며 Salut!(안녕!)하고 대답해줬다.)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 (C'est pa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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