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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Apr 14. 2022

영어가 안 되는 곳에서 산다는 것

오직 불어만 존재하는 이곳, 퀘벡(Québec)

퀘벡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퀘벡에서도 이렇게 시골은 없을 정도로 생각되는 시골, 솅-미셸-데생(Saint-Michel-des-Saints)이라고 불리는 도시다. 단언컨대 이곳에 와 본 한국인은 역사상 내가 최초라고 생각들 정도의 시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퀘벡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어를 쓴다. 하지만 이곳은 퀘벡 안에서도 시골 산골 자기이기 때문에 외부 세계와의 접점이 더 적어서인지는 몰라도 관리직 혹은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불어만을 구사한다. 그들에게는 불어만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에 편의점을 가거나 식당, 약국을 가든 매장 내부와 심지어 도로표지판 또한 모두 불어로 되어있는 게 당연하다.


이곳에 도착하고 첫날 맞이한 아침, 위와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처음으로 동네 식당에 방문했적이 있다.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영어가 아닌 낯선 외국어, "Bonjour, Vous êtes combien? (안녕하세요, 몇 명에서 오셨나요?)"에 바로 얼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때를 기점으로 동네에 소문이 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덜 친숙한 생김새인 검정 머리색의 나를 볼 때면 '언어의 장벽' 때문인지 그들과 나 사이의 오묘한 긴장감과 식은땀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언어 장벽 관련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는데 갑자기 캐나다 로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동전으로 긁으면 쉽게 당첨을 확인할  있는 간단한 로또를 하나 샀다. 로또를 사고 만약에라도 "내가 1 당첨이 되었는데 모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조급해져 구매한 로또의 뒷면을 확인해봤다. 다행히도 영어로 당첨을 확인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내일 아침 출근병을 이기기 위해 일부러 다음날 아침 회사에 로또를 가져가서 동전으로 열심히 긁어보았다. 그런데 웬걸, 뭔가 당첨된  같았다! 여기서  충격적인 것은 당첨이   같은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로또 뒷면에 불어로 적혀있었던 것이다. "이런, 젠장." 긴장되는 마음으로 로또 뒷면에 보이는 로또 회사의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자사 홈페이지 ) 모두 접속해 정보를 뒤져보아도 내가 원하는 정보에 대해 시원하게 말해주는 사이트는 없었다. "이걸 어쩐담?" 그렇게 근무시간 내내 초조하게 퇴근시간만을 기다렸고 퇴근을 하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달려간 편의점 문을 열면서 기도했다. "제발, 오늘은 영어를   있는 분이 카운터에 계시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 계산대를 봤지만, 오직 불어만   있는 점원분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 어떡하지." 한숨이 나왔지만, 쇠뿔도 당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당당하게 열심히 긁은 로또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영어로 천천히 열심히 설명해드렸다. 혹시나 했더, 역시나 우리는 언어의 장벽으로 서로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남과 동시에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이 늘어났고 이와 동시에  얼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 영어를   있는  다른 점원분이 현재 상황을 파악했는지 내가 있는 쪽으로 와서 다행히 도움을 주어 상황은  종료되었다. (결론적으로 당첨금액은 5,000원이었다.)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빠르게 편의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집으로 향해 가던 중 회색 차가 창문을 내리고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자세히 보니 편의점 안에서 내 바로 뒤에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던 남자였다. 그는 영어로 퀘벡은 처음 방문한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씨-익 웃더니, 한마디 던졌다. "Welcome to Québec! (퀘벡에 온 걸 환영해!)".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바로 긴장이 풀려 웃음이 났다. "아, 나 정말 퀘벡에 왔구나." 이번 계기를 통해 언어의 중요성을 더 깊히 깨달았다. 언어는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성격을 담는 그릇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 날을 기점으로 불어를 진지하게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렇게 나의 세계는 나날이 확장되어갔다.


집 옆 편의점에서 구매한 복권의 앞면과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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