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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방시 / 도종환 - 흔들리며 피는 꽃

험난한 여정이 있기에 더 빛나는 법

by 한 줄이라도 끄적

엄마의 모방시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넘어지며 걷는 길




넘어지지 않고 가는 길이 어디 있느뇨

내 눈앞 저 너른 첩첩산중 고개도

다 넘어지면서 걸었나니

넘어지면서 마음을 굳게 잡았나니

넘어지지 않고 사는 인생이 어디 있느뇨



고비 없이 걷는 길이 어디 있느뇨

이 세상 그 어떤 위대한 업적도

이 악물고 버티며 걸었나니

실패와 좌절 겪으며 포기 인내하며 걸었나니

고비 없이 맺는 결실 어디 있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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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길은 없다.

쉬워 보이는 길만 있을 뿐이다.

나의 결과는 당연한 댓가요

그만큼의 가치가 있음을 극대화하면서

상대가 이뤄낸 결실에 대해선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운운하며

쓰라린 고통의 과정은 어느새 지워지고 만다.



이 세상에서 내가 받은 상처와 고통은

그 누구의 아픔보다도 크나큰 법이다.

상대적인 아픔의 크기는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반복되는 고난의 쳇바퀴 인생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그 안에 갇혀

부정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갈아먹을 것인가

아니면

빠져나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후회 없이 안간힘을 써 볼 텐가!

선택은 내 몫이다.



저 멀리 보이는가!

나를 향해 내민 하얀 손

늪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도,

빛의 찬가가 울려 퍼지는 곳으로 이끌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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