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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

Tonguing | 오카리나 텅잉

by 앤나우 Mar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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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작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1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듀오 링고'로 영어와 일본어를 매일 꾸준히 반복해서 학습하는 거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악기인데 마지막으로 배운 악기가 딱 한 번 연습하다 만 첼로인걸 생각하면(악기, 악보, 심지어 최고급 송진까지 샀는데 딱 한 번 켜고 말았어요 T_T) 6년 만에 배우는 악기네요.


첼로처럼 중간에 포기한 악기들이 몇 개 더 있어요. 이십 대에 드럼 비트에 들썩들썩 재밌을 것 같아서 드럼을 배우다 말았고, 30대엔 친정엄마가 배우는 크로마 하프, 욕심만 컸던 첼로까지! 사실 제대로 악보를 보고 연주할 줄 아는 건 중학교 2학년때까지 배운 피아노가 전부네요. 와우! 그럼 정식으로 제대로 배운 악기가 거의 30년 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7년 넘게 배운 피아노도 그다지 뛰어난 실력은 아닙니다.


그냥 악보보고 오른손은 치고 왼손은 코드를 잡아 반주할 수 있는 정도예요. 샾이랑 플랫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악보는 버벅버벅, 주춤거리면서 잘 보지도 못하고요, ㅎㅎㅎ [7년 했다기엔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사실 7년을 이어서 했으니까 그나마 이렇게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절 가르쳐주신 피아노 선생님께서 고생하셨죠. 연습을 제대로 해간 적이 없는 학생이었거든요.]

노래를 듣는 것보다 직접 부르는걸 더 좋아하는데 사실은 박치여서 박자 감각도 별로 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전 제 목소리가 좋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받는 날에는 혼자 피아노를 쾅쾅 치면서 울면서 노래 부르기도 하고 답답할 땐 저보다 훨씬 피아노를 잘 치는 언니에게 반주를 부탁해서 노래를 한참 불렀어요. 그럼 울다가 웃다가 근심이 날아가더라고요. You light up my life 같은 「라붐」의 주제곡을 부르면(물론 반주는 언니가 해줬어요) 잠시 우울했던 순간에서 벗어나 인생의 빛이 나에게 쏟아지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씩은 꼭 가르치는 게 좋겠다고 다짐한 게 음악감상이란 취미도 멋있지만 내가 연주하는 악기만큼 또 근사한 게 없다는 걸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취미라도 오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요.

친정어머니의 끈기 덕분에 저도 실력도 늘지 않는 피아노 학원을 7년 동안 다니면서 매일같이 피아노를 끊고 싶다고 드러눕고 난리를 쳤지만 그 덕분에 제가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기쁨을 누린 것처럼요!



작년에 재밌게 본 영화 '괴물'에서도 미나토가 관악기를 후- 하고 불어낼 때 전혀 어떻게 다루지도 못하는 악기로 소리를 보내고 입김을 내뿜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에 몰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작은 음악회에서 희진선생님과 심선생님께서 오카리나 합주를 하셨는데!


세상에! 작은 실내에서 퍼지는 오카리나 소리를 듣는데 마치 숲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더라고요. 다들 드레스코드 '빨강'으로까지 맞췄는데 초록초록 숲 한가운데서 뻐꾸기 소리처럼 맑고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가 어찌나 매력 있던지! 큰 아이도 오카리나와 피아노를 한 곡씩 연주했지만, 와!! 노란색 플라스틱 오카리나와 도자기로 만든 오카리나 소리는 차원부터 달랐습니다.

악기 탓을 하려는 게 아니라, 희진선생님은 실제로도 호수공원에서 오카리나 공연을 하실 정도로 뛰어난 연주자시더라고요. 목요일마다 함께 모여서 오카리나를 지도해주시기도 하시고요.



근묵자흑이라더니, 심선생님 곁에 있으니, 제가 안 읽을 것 같은 비엔나1900같은 미술사 책, 1493 (콜럼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 찰스만)으로 함께 읽기, 스터디 모임도 하고 자연스럽게 악기를 배울 기회도 생겼어요. 공부가 공부를 부르는, 듀오링고마저 선생님의 오랜 습관을 보고 저도 도전한거거든요! 혼자 며칠 해봤더니 재밌어서 신랑과 큰 아이도 함께 참여해서 하고 있어요. 올 1월을 시작으로 하루도 안 빠지고 진행 중입니다. (자랑할 게 많네요! ㅋㅋㅋ 이런 자랑은 쓰레드에 올려야 하는데)


작년엔 그렇게 Gateway to Art미술사 읽기, 왕초보 일본어 회화 수업을 시작했거든요. 1년에 이어서 올해 2년째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밤중 책 읽기 도반, 혜진쌤이 조인어스, 함께 해준다고 해서(혜진쌤도 저도 크리스마스 음악회때 둘 다 직접 연주하는 모습에 반해버린거죠!*_*) 우린 나란히 악기도 사고 이번 주 목요일에 첫 도전을 했어요.



▶ 각자 잘하는 분야인 미술, 음악, 영어, 일본어, 역사, 건축 등등 분야마다 스승님들께 줌으로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게다가 모든 수업이 오픈된 형태로 무료라니, (수채화 수업과 오카리나, 기타, 가야금 수업은 직접 대면 수업으로 진행해요. 저는 그 수업을 참여하진 않았습니다만, 올해 처음 악기반에 도전해 봤네요!)


저는 일산에 이사온 이후, 근 2년 간, 저에게 손 내밀어주는 큰 기쁨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잘하는 건 뭐가 있을까, 나중에 뭘로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기도 하고요. 이미 저보다 독서도 깊게 하신 분들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은 소설책을 추천해 주고 (다들 어려운 책은 읽으시는데 소설을 많이 안 읽으셔서! 저는 소설만 읽는 사람이거든요.ㅋㅋ) 나눠 읽고 제가 쓴 글을 보여주는 게 다지만, 사실 저도 나중에 함께하는 선생님들처럼 제 안에 뭔가를 오픈하고 나누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함께했을 때 더 즐겁다는 말을 실감하기도 하고 아낌없이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시는 한 분 한 분의 모습이 감사하거든요, 정말.








전문가답게 희진쌤의 수업은 밝고 유쾌하고 즐거웠어요.


매일 30분 정도 미리 와서 저와 혜진쌤에게 기초 수업을 해주고 3달 후엔 지금 모여서 몇 년간 함께 오카리나 수업을 하는 기존 팀에 합류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두근두근, 3달 후엔 또 어떤 소리가 날지, ㅎㅎㅎ

열심히 따라가보려고요.


쉽고 재밌게 가르쳐 주셔서 저도 오카리나를 배운 아들에게 기초를 배우고 갔는데 요 녀석이 제일 중요한 건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고요. 그건 바로 '텅잉'

나중에 아들에게 물어보니 '엄마, 그건 기초지? 텅잉을 몰랐어?' 하기에;;; 아 ... 다 아는 걸 나만 또 몰랐구나 부랴부랴 다시 찾아봤어요.





텅잉(Tonguing)
모든 관악기에서는 음표하나하나의 명확성을 가져오게 하기 위하여 텅잉(Tounging)을 한다. 우리나라 민속 관악기인 단소나 대금에서도 혀치기라고 하여 텅잉을 해서 음표를 정확하게 소리를 내게 한다.
*오카리나 연주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텅잉'이다. 즉, 음의 처음과 끝을 혀로 조정하는데 이는 불어 나오는 호흡을 혀를 이용하여 이어주기도 하고, 끊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오카리나 텅잉의 방법을 발음으로 표현하자면 "두. 투, 디, 데, 토, 드, 디, 트, 르, 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손가락만 잘 잡으면 될 줄 알았는데 관악기는 그냥 부는 게 아니라 '텅잉'으로 한 음 한 음 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훈련이 중요하더라고요. '혀치기'라는 표현이 재밌어요. ㅋㅋ 실제로 진짜 혀를 움직여야 되는 악기더라고요.

기초를 배울 땐 특히 더요! "투투투투, 트트트트" 실제로 이렇게 혀를 움직여야 소리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음을 낸다는 것도 신기하고 여기에서 좀 더 훈련이 되면 '드'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소리도 낼 수 있다고 하셨어요. 설명을 한 뒤 바로 소리로 보여주시는 선생님의 훌륭한 수업!


오카리나는 손가락만 신경 써서 구멍만 잘 막아서 되는 게 아니구나, 빈틈없이 막아주는 구멍도 중요하지만 내가 내는 호흡으로 그때마다 악기 소리도 바뀌는 섬세한 악기인 만큼 더 많이 아껴주고 꾸준히 잘해봐야지, 결심이 들었습니다. 리코더 부는 걸 좋아해서 종종 불었는데 리코더도 '텅잉'으로 불어봤더니 근사한 소리가 나더라고요.


모든 공부나 사람관계도 그렇듯이 기초를 쌓아가는 시간 제일 중요하잖아요. 악기를 배우는 것도 '쉽고 가벼운'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기초를 무시하면 안 되겠다, 그리고 그 기초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어렸을 때 배우고 공부했으면 기초를 잘 다지는 사람이 됐을 텐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종종 들곤 해요. ㅋㅋㅋ 뒤늦게 빠진 배움의 즐거움이라니! (사실 감사한 일이지만요)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도화지 상태니 누군가 해주는 말 한마디, 작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요.

손가락은 제대로 안 막아지고(특히 새끼손가락이 작아서;;), 소리도 생각보다 안 예쁜데 텅잉까지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한 음 한 음 힘을 주고 불어 보는 시간이 꽤나 진지하고 즐거웠습니다. 또 저에겐 함께 시작 하는 든든한 동료가 있어서 더 행복하기도 했고요. 선생님께서 한 곡 더 불어보라고 하셔서 꺼내주신 오펜 바흐의 '캉캉'도 저와 혜진쌤에겐 상급 난이도였지만 언젠가는 에델바이스도, 토토로 같은 곡도 불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아이들 생일땐 근사하게 오카리나를 척 꺼내서 텅잉으로 경쾌하게 불어주는거죠! ㅋㅋ 재능도 뽐내고 즐거운 반주도 해주고, 근사하지 않나요?


첫날이니 함께 커피도 마시고 딸기랑 다과도 먹고 가라며 붙잡아주시고 환대해 주신 오카리나반 선생님들, 한 분 한 분 정말 감사합니다. 악기도 결국 사람이 부는 거라, 저는 그걸 부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도 앞으로 즐겁고 설렐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오늘은 빨강머리 앤의 내레이션 같은 말투로 일기를 써봤습니다. ㅎㅎㅎ

(뭔가를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는 시간만큼은 제가 '앤'이 된 것 같거든요)





아직 왼손 진도까지도 나가진 않았습니다만 ㅋㅋ아직 왼손 진도까지도 나가진 않았습니다만 ㅋㅋ





#듀오링고

#오카리나

#관악기텅잉

#투투투투

#악기배우는시간

#하루배우고들뜬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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