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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음 Oct 12. 2020

ADHD 약물치료 후기 (1)

콘서타와 스트라테라

나는 2016년 4월부터 54개월 간 ADHD 약물 치료를 해왔다. 처방받은 약물은 콘서타와 스트라테라였다. 따로 먹을 때도 있고, 병행할 때도 있었다. 현재는 콘서타 72mg을 아침/점심에 나눠 복용 중이다. 더 올리고 싶었는데 여기까지가 의료보험 적용 범위였다. 이미 너무 고용량이기도 했다.


콘서타와 스트라테라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각성제이다. 말 그대로 일반인보다 각성이 떨어지는 ADHD의 두뇌를 4~12시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문적인 내용은 인터넷에 많으니, 대신 환자로서 약물치료 전 가장 궁금하고 불안했던 것들을 써보려 한다.


Q. ADHD약, 어떻게 짓나?


모든 약이 그렇지만 ADHD가 아니면 ADHD 약을 지을 수 없다. 일단 병원에서 확진을 받은 후 처방이 가능하다. ADHD 약은 각성제이자 향정신성의약품이고, 오남용 사례가 많다보니 처방이 엄격한 편이다. 제조도 약국을 거치지 않고 병원 내에서 직접 해준다. 한 번에 장기간 처방하지도 않는다. 나도 2주 단위로 신경정신과를 방문해 경과보고 및 재처방을 받는다.


Q. ADHD 검사 비용은 얼마인가?


- 2016년 3월 기준, ADHD 검사비로는 30만 원 정도를 썼다. 검사가 한 가지인 게 아니라서 어떤 검사들을 병행하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나는 웩슬러 지능 검사, ADHD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우울증 검사 등을 했다. 당시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전화 문의 시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크지 않았다. 대체로 30만 원 정도였다.


Q. ADHD 약값은?


다른 약 없이 콘서타와 위장약만 먹는 지금은 한 달에 9만 원 선이다. 예전에 항우울제, 신경안정제를 함께 처방받을 땐 12~16만 원 정도였다. 2016년 9월 이후 성인 ADHD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 그래도 절대 저렴하지 않다.


Q. ADHD약, 효과가 있나?


결론적으로 나에겐 있었다. 하지만 없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유효한 용량도 사람마다 달라서, 적게 먹는다고 적은 효과이고 많이 먹는다고 큰 효과인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저용량으로 시작해 고용량까지 왔지만 용량에 비례해 기능감이 높아지는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 수반되는 질병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울감이 심할 땐 ADHD약도 거의 효과가 없었다. 맨날 술 마실 때도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 최상의 효과를 내려면 의사 선생님이 말하는 복약지시를 지켜야 한다.


Q. 어떤 효과가 있나?


갑자기 슈퍼 천재가 되는 효과는 절대 아니었다.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다. 다만 내게 절실한 종류의 도움을 주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1. 시간관념 생성 : 내 경우 가장 큰 차이는 시간관념이 생긴다는 거였다. 나는 원래 시계를 잘 보지 않고, 시간관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사람이었다. 약을 먹기 전에는 3시간이 30분처럼 가거나 30분이 5시간처럼 가는 식으로 하루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그것들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일상의 과제들을 전부 놓치는 결과로 드러났다. 약을 먹으면 ‘이제 30분 정도 흘렀겠구나’, ‘지금은 밤이구나’ 하는 감각이 명징해진다.


2. 의욕 고취 : 뭔가를 할 마음이 생긴다. 할까, 말까? 고민하며 침대 속에서 헤매는 시간이 줄어든다. 특히 하기 싫은 일에 대한 실행력이 커진다. 노잼, 귀찮음, 의무감 대한 불쾌 역치가 낮아져 주어진 과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걸 꼭 해야 하나?’와 ‘그냥 해 버리자’ 사이의 구불구불한 미로가 직선 고속도로로 정렬되는 느낌이다.


3. 비현실감 제거 : 항상 머릿속에 안개가 껴서 불투명하다는 느낌을 받아왔는데 그런 혼란이 옅어진다. 대신 현실감과 활기가 생긴다. 특히 내가 두 명인 듯한 느낌, 그래서 한 명은 공상 속에 살고 한 명은 현실 속에 사는 듯한 이물감이 많이 줄었다.


4. 꼼꼼함 : 좀 덜 다치고 물건을 (비교적) 잘 챙기게 된다. 중요한 일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일단 쓰고 나면, 그걸 어디 써놨는지도 한 방에 떠오른다. 세심하지 못한 부분들이 메모나 일정관리 어플들로 보정된다.


5. 효율적 우선순위 정비 : ‘하고 싶은 것(욕구)’과 ‘해야만 하는 일(의무)’이 있을 때, 의무적인 작업을 우선시할 수 있다. 원래는 나 자신과 타협이 불가능했다. 싫은 일들에서 도망만 쳤는데 약을 먹으면 ‘하기 싫어 미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생긴다.


6. 감정 조절 : 사람들이 내게 “별것도 아닌 일로 개빡쳐한다”라고 말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확 타오른 감정을 내뱉기 전 생각할 여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인과나 이면을 볼 수 있게 되고, 반응 면에서도 한결 침착해지고 진지해진다.


7. 언어 조절 : 한 마디로,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게 가능해진다. 따라서 사람들의 경악이나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 일도 줄어든다. 헛소리의 비중이 줄고 남들과 긴 대화나 업무적 지시를 나누기 수월해진다.



Q. 부작용은 없나?


짱 많다.


1. 수면장애 : 잠이 안 온다. 혹은 양질의 잠을 잘 수 없다.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은 뇌가 계속 각성 상태이기 때문이다. 피곤하거나 활동량이 많아서 응당 일찍 자 줘야 하는 날에도, 다음날 아침부터 스케줄이 있어 빨리 자야 하는 날에도 잠이 안 온다. 나의 평균 취침 시간은 am 3:00 ~ 4:00 정도인데 아침마다 너무 피곤해서 그야말로 죽을 것 같다. 여기서 더 피곤하면, 피곤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다른 사람들과 잠을 자는 날이 있다. 가족들, 여행, 캠핑, 워크샵 등등. 그럴 때도 자기로 합의된 시간에 잠드는 게 안 된다. 피로는 당연히 다음 날 일정에 영향을 준다.


2. 우울한, 가라앉은 기분 : 약을 먹지 않은 나는 무척 하이 텐션이다. 항상 기분이 좋고 장난기와 농담이 마구 샘솟는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축 쳐진다. 원래라면 신나 죽을 일에도 딱히 흥이 나지 않는다. 이건 효과 6번과도 이어지는 내용인데, 딴생각들이 차단되니 공상에서 오던 즐거움과 재미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다.

아니면 원래도 이만큼은 우울했지만 워낙 산만해서 모르고 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약효로 집중력이 올라가 비로소 우울감의 깊이를 정확히 인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원래 내 생각은 초 단위로 주제를 바꾸며 산발적으로 흩어지는데, 약을 먹으면 한 가지 주제에만 ‘파고드는’ 게 가능해진다. 뭐든 한 가지만 생각하다 보면 우울한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므로, 생각의 정렬 때문에 기분이 별로일 수 있다.


3. 식욕 부진과 폭발 : 보통 백과사전에서는 식욕 부진까지만 설명하던데, 나는 그 후에 오는 식욕 폭발이 더 심각한 것 같다. 콘서타나 스트라테라를 먹으면 갑자기 음식이 지우개 더미처럼 느껴진다.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지조차 들지 않는다. 4년 이상 약을 먹으니 그런 부작용이 많이 줄긴 했지만, 절대로 없어지진 않는다. 무서운 건 약효가 사라지는 순간 허기와 식욕이 바로 휘몰아쳐 엄청난 폭식을 부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약이 고용량일수록 식욕의 편차도 심해지는 걸 느꼈다. 절식의 시간도 폭식의 시간도 괴롭지만 그게 반복되는 건 완전 최악이다.


4. 입마름과 빈맥 : 말 그대로 입이 마르고 심장이 빨리 뛴다. 그래서 난 지금도 하루 종일 텀블러에 집착한다. 물이나 커피 없이 회의에 들어가면 무척 불안하고 찝찝하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 불편하지 않다. 걔가 그러고 있다는 걸 잘 못 느끼겠고, 원래 약간 서맥이었던 것 같다.


5. 불안 : 애매하다. 나는 ADHD 말고도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었는데, 복용하며 느낀 불안감이 ADHD약의 부작용인지 기타 약물의 부작용인지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심지어 약 영향 없이 ADHD 진단에 대한 충격으로만 불안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치료 초반 정말 몹시 불안하였고, 지금도 아주 가끔 통제할 수 없는 불안감에 빠질 때가 있으니 일단 적어둔다.

불안이란 자체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것이니 정확히 있다-없다로 판단할 순 없는 것 같다. 근데 내가 갑자기 비약이 이토록 심한 인간이 된 게 불안 때문이라면, 이건 다른 모든 걸 합친 것보다 최악인 부작용이다.


6. 경미하거나 심한 신경증 : ADHD 치료 전 나는 둔하단 말을 많이 듣는 사람이었다. 항상 주변 인지 능력이 떨어져 변화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예민하단 말 보단 성격이 이상하다, 종잡을 수 없다, 특이하다, 고집이 세다 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약을 먹고 나선 신경쇠약 비슷한 신경과민이 생겨 버렸다. 특히 소음을 완전 못 참게 되었다. 싫어하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거슬리고, 지속 시간이 길면 길수록 돌아버릴 것 같다. 내게 스트레스를 왕창 주는 소리들은 클락션, 마후라 뚫은 차, 오토바이 소리, 시계 초침, 메트로놈, 지게차 후진,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 기계 모터, 너무 큰 음악, 티브이 소리, 휴대폰 진동, 타자, 아기 울음소리 등이다. 그러니까 뭐냐면 스스로 만들지 않은 모든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단 뜻이다. 이제 지인들은 내가 엄청 예민하다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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