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색깔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난 그냥 나로 살고 싶어'
우리가 사는 세상엔 통념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진 선입견들이 많이 있다.
대인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고, 말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용모단정의 기준은 어떻고.. 하는 등 말이다.
힙합과 메탈에 심취했었던 질풍노도의 시절, 한 선배는 유독 나를 미워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냥 신경질적인 사람인가 보다 했을 뿐 그 선배가 나를 미워하는 줄도 몰랐다.
어느 날 선생님과 선배들이 회의 중 그 선배에게 왜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어떤 부분이 그렇게 싫은지 물어보았는데 그 답변에 나는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보고자 하는 의지조차 포기해버렸다.
그는 "그냥 싫어. 얘가 걸어 다니는 걸음걸이도 다 싫어"라고 대답했다. 순간 '아! 노력해서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 당시의 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서태지 광팬 캐릭터인 조윤진 같은 애가 껄렁하게 걸어 다니는 모양이었을 테니 누군가는 돌아다니는 내 모습 자체가 거슬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비판하며 나약한 내 모습을 감추는 방어기제는 그 시절 암울하고 척박한 환경을 버텨내는 유일한 힘이었고, 나의 내면을 대변해주는 반항적인 음악들은 어두운 내 삶을 그나마 기쁨으로 물들게 해주는 빛과 같았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사회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바꿀 수 없는 한결같은 부분들이 내겐 아직 존재한다.
여전히 나는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 어렵고, 관심사가 아닌 대화에 끼어있는 것은 곤욕이다.
절친이 아니면 짧은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어색하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모임 자체가 피곤할 때가 많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의 삶은 평생 노력해도 늘 힘든 삶이다. 나이가 들어도 흰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것이 로망인 나는 용모단정이 필요한 직업은 가져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보기에 이런 내 모습이 별나거나 독특해 보일 수 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종종 존재하고 있는 걸 보면서 위로받는다.
의식의 흐름대로 산다는 '나 혼자 산다'의 기안 84에게서 소울메이트와 같은 동질감을 느끼고, 카툰 에세이 '소란한 세상 속 혼자만을 위한 책'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나와 같은 종족들이 존재한다는 안도감을 받는다.
MBTI 유형중 INTJ-T로 분류되는 나란 사람은 MBTI 공인, '인간관계만큼은 젠병'인 종족이다.
오랜 경험과 심리검사를 통해 알게 된 그런 나란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지금까지 사회생활의 불편함이 내 잘못으로 비롯되는 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순간 무거운 족쇄를 벗은 듯 마음이 홀가분 해졌다.
이제는 내가 가진 색깔을 잃지 않아도 되는... 아니, 내가 가진 색깔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진짜 내 자리, 진짜 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참으로 오래 돌아왔다.
알고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쉬운 길.
그냥 나로 사는 것.
나만의 색깔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성공하는 삶에 가까워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