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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Apr 07. 2021

다견가정이되다

나는뜬장에서모견으로 쓰인 보더콜리입니다. Ep. 02

바다와 우리는 2020년 6월 3일 정식으로 한가족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행인 건 바다와 겨울이 첫 대면 때 빼고는 지금까지 둘이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예요.- 사실, 그때도 겨울이 일방적으로 혼쭐이 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둘 사이 서열은 둘이 알아서 정한 것 같아요. 바다가 대장, 겨울이 꼬봉이 된 것 같더라고요. 저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다견가정에서 강아지들끼리 여러 가지 이유로 싸우고 대면대면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입양 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도 혼자보다는 내 마음 알아주는 가족이 하나 있으면 열 친구 부럽지 않은 것처럼 강아지에게도 그런 말 통하는 반려견이 있으면 훨씬 행복할 거라는 생각에서 둘째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혼자보다 둘일 때 더 행복하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아빠, 엄마가 있는 것도 좋지만 내 마음 알아주는 짝꿍이 있다면 삶의 만족도가 달라지잖아요. 겨울, 바다가 그러면 정말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견가정이 되기 위해 여러모로 자료를 찾아보았던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성보다는 이성을, 나이는 또래나 많이 차이 나기보다는 적당할 것, 기왕이면 비슷한 덩치로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경우가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참고했어요. 


바다와 가족이 된 후 끊임없는 노력도 중요하더라고요. 먼저 가족이 된 겨울이를 전적으로 우선 존중해 주었습니다. 식사할 때, 간식 먹을 때, 산책할 때 외 기타 모든 경우에 선 겨울, 후 바다 규칙을 유지했어요. 혹시라도 겨울이 서운함을 느끼거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며 쓰담쓰담해 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겨울일 이뻐하고 있으면 바다가 쪼르르 달려와 겨울을 밀어젖히고 쓰담 쓰담해달라고 제게 올라타며 머리를 들이밀어요.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바다는 처음으로 생긴 엄마, 아빠가 그저 좋은 것이죠. 예의 없이 겨울이를 밀쳐 내고 들이대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럽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달리 그 자리에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외면하곤 했어요. 아무래도 초반에는 그런 응석을 모두 받아주기보다 최소한의 예의와 규칙, 순서 등을 인지하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할 많은 날들이 있으니까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하지만 우리는 널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곁에서 얌전히 앉아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겨울이를 먼저 쓰담 쓰담해주었고, 바다가 진정하고 겨울처럼 얌전한 자세를 취하고 나서야 비로소 쓰담쓰담을 하는 방식으로 배우고 익히도록 말이죠. 뭔가 원하는 게 있다면 친구를 밀치고 원하는 걸 얻는 게 아니라 차례를 기다리거나 차분하게 앉아서 기다리면 더 쉽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죠. 머리 좋은 바다는 단 며칠 만에 규칙을 이해했고 여느 보더콜리가 그렇듯 흥분지수는 높지만 지나치게 흥분할 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기다리는 노력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둘 사이가 끔찍해진 것은 아마도 끝없는 겨울의 바다에 대한 애정 덕분인 것 같아요. 외동이던 겨울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저는 집에서 일하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할 때가 많으므로 일을 할 때에는 방 문을 닫고 일을 합니다.) 심심할 때가 많았으나 바다가 가족이 되면서 겨울인 심심할 틈이 없으니 너무 신이 난 것이지요. 초반에는 어찌나 바다를 귀찮게 해 대는지 바다가 안쓰러울 지경이었어요. 그럼에도 이상하게 바다는 귀찮다고 성질 내진 않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이제는 바뀌었어요. 바다가 그림자처럼 겨울이를 따라다니죠. 여전히 애정이 많은 겨울인 바다를 물고 빨고 예뻐해 줍니다. 연상연하 커플인데 둘 사이만 보면 어째 겨울이 더 의젓해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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