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의 목소리다
비오는 날 카페에 앉아 문뜩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데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비오는날 운전하시다가 차가 길에 서버렸다고 나에게 보험사에 연락해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늘 그래왔듯이, 스페인어를 못하시는 아빠를 대신해서 연락을 해드렸고, 얼마 후 아빠는 이제 정비소에 잘 도착해서 고치고 있다며 연락이왔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마흔이 넘어 이민 오셨고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살아간다. 약간의 의사소통은 하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장황하게 설명 하기 힘들다.
그래서 기억도 안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중요한 자리에는 늘 나나 오빠가 껴있었다.
은행을 가거나 학교에서 학부모 상담 또는 중요한 거래가 있을 경우 늘 나는 부모님의 입이며 손이며 발이 되어드렸다.
그래서 어쩌면 통역과 번역이 내겐 늘 숨쉬듯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수도. 물론 어려운 용어나 힘든 자리에서는 많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살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 습관같은... 당연한것이다.
나말고도 많은 이민 2세들과 특히 1.5세들이 느끼는 것일거다.
만약 한국에서 태어나고 살았다면 "어른들의" 일들을 다 혼자 처리하셨을태니 많은것을 모르고 컸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살 때 홀로서기도 나름 수월했다, 이민생활이 나에게 물려준건 생활력일지도.
외국에서 살면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교육,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다. 고향인 한국은 나에게 외국이고 살고있는 외국도 외국이다. 어느곳에도 속하지 못한 나는 가끔 외롭고 차별은 당연한거다.
이건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닌,
수많은 교포들이 겪는 일들중 한가지일뿐
당신이 공감할수도, 안 할수도 있지만.